시민들이 직접 세우고 지켜온 세월호 농성장이 해산되던 날, 광장에 있던 모두는 기억할 것을 다짐하며 그간의 격려와 응원에 감사를 전했다.

참사 1326일째, 농성장 설치 1198일째인 지난 2일 세월호남문농성장이 해산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 의사를 밝히고 ‘사회적 참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상황이 바뀌면서 해산 논의가 급물살 탔다.

농성장 지킴이 채주병(49)씨는 “3년째 들어서면서 과거보다 동력이 떨어졌다. 어느 정도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으로 아쉽지만 해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억과 다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해산식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지킴이들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에서 복잡한 심정이 드러났다.

엄마의 마음으로 활동한 황금희(48·여)씨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메어 준비한 글을 힘겹게 읽어 내려갔다.

그는 “광장에서 울고 웃었던 3년여는 매일이 2014년 4월 16일이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내 가족과 생이별 해버린 아픈 마음들이 아직도 이 광장을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며 흐느꼈다.

해산 소식을 접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도 참석했다. 문씨는 “이곳은 밤이면 별이 된 아이들이 지켜보는 광장이다. 더 지켜달라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지 못했다. 304개 별들이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농성장을 지켜준 전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유가족 입장을 전달했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방패막이가 된 천막과 이곳을 알리는 깃발이 내려지면서 농성장은 철거 6시간 만인 오후 3시께 자취를 감췄다.

관련해 평범한 시민들의 뜻과 마음이 모여 지난 2014년 8월 22일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 꾸려진 세월호남문농성장은 기억과 추모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15살 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300여명의 시민들이 지켜왔다.

‘4.16 희망의 나무’가 식재된 농성장에선 참사 1주기, 2주기, 3주기, 세월호 인양 등 3년 동안 시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 진상규명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 구축 목소리를 냈다.

이곳에서 제작돼 가슴 안팎과 핸드폰에 걸린 노란 리본만 100만개, 보내진 성금 1억1600만원에 달했다. 세월호남문농성장과 관련한 기록과 물품은 안산 4.16기억저장소에 기탁된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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