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특정 농작물 생산의 전문가이자 가공·판매까지 경영개선을 통해 농업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선도농업인들이 있다. '강소농'이라 불리는 이들은 일반농가에 비해 노력대비 소득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소규모 농업만으로도 농촌에서 성공적으로 영농생활을 영위한다. 특히, '강소농'은 민박, 체험, 농산업, IT, 유통, 수출, 마케팅, 교육, 예술활동 등 다양한 분야와 농업, 농촌, 농민이 결합해 만드는 융복합 부문에서의 창업도 선도하고 있다. '강소농'은 이제 농촌의 영세농가 뿐만 아니라 자본과 경험이 미약한 귀농·귀촌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부안 하서면 백련농장

부안군 하서면 백련농장 김성숙(60) 대표는 2010년 귀농했다. 서울에서 시어미니 병을 간호하다가 병간호가 좀 더 수월한 시어머니 고향집으로 내려왔다. 사실 시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을 목적도 있었다. 어릴적부터 맛보고 배운 시어머니 메주 맛은 단연 최고였다. 좀 더 정정하실 때 한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시어머니 고향으로 내려와 마을에 방죽을 만들고 백련·홍련 5,000여㎡(약 1,800평)을 심었다. 예전에 백련마을로 불리던 곳에 다시 연꽃을 심고, 관련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의 솜씨를 믿고 항아리 500여개를 구입하고, 연잎된장, 고추장, 연근차, 메주, 간장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하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등 초기 실패가 한둘이 아니었다.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김성숙 대표는 이때부터 지역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김 대표의 의지는 꾸준한 교육을 가능케 했고, 이에 따라 많은 성과를 냈다. 김 대표 역시 '농업의 시작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교육

김성숙 대표는 2013년~2014년 부안군 농업기술센터의 각종 교육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낮엔 교육에 참여하고, 밤을 세워 상품을 만드는 등 열정으로 도전했다. 특히, 강소농 교육에서는 김 대표가 필요했던 '제품 판매'를 배웠다. 블로그 및 생협, 농식품마켓, 각지역 로컬푸드를 통해 상품 판매를 늘려 나갔고, 교육생들과 가공연구회를 만들고, 농촌관광과 연계하는 6차산업에도 도전했다. 벤처농업대학을 5년간 다니면서 인맥과 정보력도 챙겼다. 2016년에는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33개 마을기업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실시했는데, 최우수상을 받아 50평 규모의 체험농장 시설을 지원받게 됐다. 김 대표에게는 귀농 7년만의 완벽한 변신이었다.

◆백련마을 장 맛

백련농장의 '연'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연은 정화식물인 만큼 된장의 잡내를 잡아주는데 유리하다. 또 고추장은 담백하고 깔끔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이곳 연은 산들바다가 접해있어 연잎 향이 독특하고, 청국장에 사용됐을 때 고소함과 맛을 배가시킨다는 평을 받았다. 연잎가루를 첨가하면 일반발효와 달리 청국장의 좋은 성분이 크게 향상되기도 한다. 여기에 부안댐의 1급수 물과 3년간 간수를 뺀 곰소 천일염이 사용되고, 해풍에 자연건조 되기에 품질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김성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료 모두가 마을 주변에서 생산되니, 친환경적이며 공급이 안정적이다. 이에 2012년 2,500만원이던 매출이 2015년 1억원으로 올라 손익분기점에 도달했으며, 2016년에는 메주가 부족해 못 팔았을 정도였고, 매출은 1억6천만원 이상이 됐다.

◆어려움 극복

김성숙 대표는 2012년부터 마을기업을 추진했다. 마을 젊은사람은 모두 공장으로 떠나고, 독거노인들 40여명만 마을을 지키고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이 때문에 기존의 연꽃 방죽도 사라져 있었다. 마을기업을 추진하면 농한기 독거노인들의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여자 혼자 도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마을 어르신들은 여자인 점, 이해하지 못할 사업인 점 등의 이유로 사업 자체를 돕기는커녕 방해가 더 많았다. 공사가 진행되면 각종 이유로 중장비 가동을 중단시키고, 정부 지원 기계시설을 설치하는데 집집마다 돈으로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젊은 일손까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가공 및 체험 품목이 확대되고, 시설이 확충되면서 '귀농인 성공사례 견학지'로 선정돼 월 200명씩의 견학을 유치하기에 이르렀다. 새만금 관광객과의 직거래 추진으로 마을 소득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도 인정받았다. 마을 바로 앞이 2023년 세계잼버리 개최지인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관내 학교 및 단체와 협력사업을 추진한 것도 긍정적 평가 요소였다. 김성숙 대표는 부안군 농기센터의 서울교육 과정에서 귀농가족을 설득해 마을에 유치했으며, 이들의 초기 정착을 위해 귀농 경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울러 마을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다문화 가족을 중매해 3가족이 마을에 정착했고, 이들이 아들, 딸을 낳아 마을에 활기를 더했다. 이에 더해 김 대표는 이들의 현지 가족까지 초청해 백련농장 일거리를 맡겼다. 서로가 발전적 동반관계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마을 어르신들도 김 대표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백련농장은 마을대표기업이 됐다.

◆계획

김성숙 대표는 내년 11월 말 경 메주를 만들고, 정월장 및 3월장을 만들 체험객을 모집할 예정이다. 만들어진 장은 보관·숙성 단계를 거쳐 다음해 11월 찾아가게 된다. 또 2012년 산학협력을 맺은 부안제일고등학교의 학생 장류 교육을 지속해 후계인력을 육성하고, 지역사회 각종 모임에 기부활동을 통해 공동체 강화도 지속한다. 이와 함께 마을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 활용 음식체험, 장류 제조 체험, 농사 체험, 귀농 교육 등도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행사장 부스 참여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 신지식인, 마을사업 지정서, 표창, 고도화 사업 지정, 각종 수료증 및 인증, 공헌활동 상패가 사무실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강소농

"농사만 짓고, 팔 줄 모르는 게 농민이다. 가공·판매 교육을 받고, 도중에 아이디어를 만들어 유·마케팅을 성공하는 게 강소농이다. SNS 활용 교육까지, 강소농 교육은 모든 농민에게 필요하다" 김성숙 대표가 '강소농'이 무엇인지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귀농 및 강소농을 원하는 후배들에게도 중요한 1순위는 '교육'으로 꼽을 정도로 김 대표의 교육 예찬은 대단하다.
김 대표는 "나 역시 메주와 간장을 마들겠다면서 처음에는 콩 터는 방법도 몰라 손발이 고생했다. 기술센터의 농기계 임대사업도 몰랐다. 배우는 게 필수다. 배우고 안배우고는 천지차이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귀농 후배들에게는 "다품목 대신 한개 아이템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부 2~3년 안에 한개 품목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골에서 닭, 소, 콩 모두 키워보고 싶었다는 귀농인이 2년도 안 돼 도시로 유턴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농사 10년이 지나야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경험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재투자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니 팔아도 내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 7년 만에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으니, 나는 빠르게 성공한 편"이라고 말한다. 도전했으면, 10년은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김 대표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계획된 농사에 도전하라. 팔 줄 아는 게 장땡인데, 이 역시 교육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생산에만 재미들린 귀농자는 실패한다"고 조언했다./황성조기자, 전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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