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의 쑥물 든 하늘빛과 조선조 백자의 희다겨운 옥빛이 어려 있고, 가을밤 기러기 소리에 청전의 학 울음소리와 낙목한천의 찬바람 소리를 느끼게 했던 목소리. 평평한 목소리로 나가다 한량없이 높은 소리로 냅다 휘잡아 올려가지고 거기에서 애절비절하게 쥐어짜다가 톱질로 비벼 차근차근 말아들이는 애원성으로 듣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던 명창이었다.”
  판소리 대가 만정 김소희가 78세를 일기로 타계한 1995년 4월22일 한 신문 부음 기사 일부다. 김소희는 천부적인 목을 타고난 소리꾼이었다. 청아하고 미려한 목소리와 극한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절제력, 우아하고 유장한 창은 단연 발군이었다. 그래서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절창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녀에게는 명창은 물론 국창, 절창 등 판소리꾼에게 붙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이어졌다.
  김소희는 이화중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창 출신인 그녀는 광주에서 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당대 여성명창 이화중선의 ‘추월만정’이라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크게 감동 받은 그녀는 곧 학교를 그만 두고 동편제의 대가 송만갑의 문하에 들었다. 이후 그녀는 15세의 나이로 남원 명창 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늘 동경의 대상이던 이화중선의 눈에 들어 협률사에 입단했고 이화중선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결국 김소희는 오늘날 대중문화 스타와 같은 지위에 올랐다. 인간문화재가 됐고 국민훈장 동백장 등 훈장도 많이 받았다. 레코드사들이 그의 녹음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또 언론과 팬들이 열광했고 세계 무대에서도 그의 실력은 통했다. 그녀는 우리나라 판소리꾼 중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7일과 28일 서울 국립극장에서는 김소희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만정 김소희 판소리선양회’가 주최하는 이 공연에는 신영희 명창과 박계향, 안숙선, 김일구, 김영자 등 고인의 제자 명창들이 모두 출연하고 그 외에도 기악 명인, 춤 명무 등 국악계 중진들이 나선다. 사회는 고인의 막내 제자격인 소리꾼 오정해가 맡는다. 문화계에서는 벌써부터 이 공연이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최고는 오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만정 김소희야말로 한국 고전음악인 판소리의 대가로 최고봉에 오른 예인이다. 그녀의 예술혼과 출중한 실력은 오늘날에도 전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광휘는 기라성 같은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국악 향연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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