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웅 전북도 도민안전실장

지난 11월 23일 막내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렀다. 사상 처음으로 1주일 연기되어 치러진 시험이었다. 수능시험이 있기 하루 전 날 포항에서 규모 5.4의 큰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는 일부 시험장에서 균열이 있고 무엇보다 추가 여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처럼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가적인 큰 행사가 연기된 적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번 정부 결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와 성원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에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이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불과 일 년 사이에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최근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집 내진설계 간편 조회’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생존배낭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안전한 지의 여부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행정안전부에서는 2015년에 지역안전지수를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첫째 통계청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식 통계자료만을 활용하고, 둘째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정성평가 요소는 모두 배제하고, 마지막으로 사망자 수 및 사고발생 건수 감축이 지역안전지수 상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2017년 지역안전지수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우리 도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2014년 만 명당 98.3건에서 지난해 82.5건으로 대폭 감소하면서 범죄 분야가 지난 해 2등급에서 올해 1등급으로 상승하였다.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선정된 것이다. 교통 분야의 경우도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2014년 16.1명, 2015년 15.5명, 지난해 14.1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15년 4등급에서 올해 3등급으로 개선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행정안전부의 기본원칙과 그에 따른 결과에서 보여지 듯 지역안전지수 향상을 위해서는 분야별 사망자 수와 사고발생 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교통사고· 화재· 자살· 감염병 등 4대 분야의 사망자 수를 222명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도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도와 시·군, 10개의 유관기관으로 이루어진 ‘안전사고 사망자 수 감축추진 TF팀’을 구성하였다. TF팀에서는 분야별 중점 이행과제(23개 과제 939억원)를 설정하고 수시로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분야별 협업 과제와 제도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등 안전사고 사망자 수 감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최근 5년간의 구급출동, 노인 교통사고, 감염병·자살 사망자 등 행정에 축적된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약분야에 대한 개선대책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안전은 행정의 일방향적인 노력만으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도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도민안전 민·관 합동회의, 안전신문고 포상금제 운영, 찾아가는 생활안전교육 등을 운영하며 도민들이 직접 신고·단속하고, 우리 지역의 안전을 확인·점검하고, 생활안전에 대한 교육·홍보 등을 통해 사전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지역의 4대 분야(교통사고, 화재, 자살, 감염병) 안전사고 사망자는 감축목표를 설정하기 전 보다 179명(24.8%)이 감소하였고, 인구대비 안전신고 실적도 전국 1위를 달성하였다. 도민들의 지역안전 체감도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2015년 85.8% → 2016년 87% → 2017년 91.2%)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우리 지역의 안전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고려 불교의 중흥을 가져왔던 지눌 스님(1158~1210)의 삶을 잘 표현한 말로, 호랑이의 눈빛으로 날카롭게 바라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감을 의미한다. 주변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호랑이의 눈빛으로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점검하고,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게 교육· 홍보한다면 우리 지역의 안전 수준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에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지역의 안전을 위해서 도민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을 기대해 본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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