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피해 가정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잡고 싶습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전북지방경찰청 미제 살인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지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살인사건이 어떠한 실타래 풀림 없이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등 수사의 어려움 때문이다.

26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11건이다.

▲2000년 익산 아파트 살인사건 ▲2001년 고창 가정집 안방 피살사건 ▲2002년 익산 영등동 호프집 살인사건 ▲2002년 전주 금암2파출소 경찰관 피살사건 ▲2003년 군산 산북동 아파트 살인사건 ▲2005년 전주 완산 호프집 살인사건 ▲2006년 군산 대야IC 농수로 살인사건 ▲2009년 정읍 화물사무실 살인사건 ▲2009년 임실 덕치면 살인사건 ▲2011년 전주 덕진구 공기총 피살 사건 ▲2011년 익산 마동 아파트 현관 살인사건 등이다.

경찰은 사회적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여론 기폭제 역할을 한 ‘태완이 사건’ 이후 각 지방청마다 경찰관 3명을 둔 전담팀을 편성해 운영 중에 있다. 전북청도 지난해 1월 정식 편성해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태완이법이 시행되던 2015년 임시 전담팀을 운영했을 당시 2001년 고창에서 발생한 사건의 추가 증거품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과거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보관했던 지문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지문 주인은 수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다.

전북지방경찰청 미제 살인사건 전담팀 관계자는 “최고 17년 지난 사건인 만큼 새로운 증거 수집은 어렵다. 관계자들의 기억은 흐려지고 현장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오래된 사안을 들추는 만큼 참고인들의 거부감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미제 살인사건 수사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피해 가정에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범죄 예방 역할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만큼 잡힐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반드시 검거해 피해 가정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말했다.

관련해 미제 살인사건은 살인사건에 대해 일선 경찰서에서 5년이 넘는 수사에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전국적으로 모두 264건으로 집계되며,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은 진범을 잡아 최근 무기징역의 형이 확정돼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적용 첫 유죄 사례로 꼽힌다. 반면 강릉 노파 살인사건은 발견된 쪽지문이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12년 만에 법정에 세운 용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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