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주류경제학은 소득 증가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소득의 증가는 개인의 예산 제약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효용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그만큼 만족도도 올라가고 행복도 증진된다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기를 든 사람은 미국 경제사학자 리차드 이스털린이다. 그는 세계 30여개 지역을 대상으로 정기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통 경제학의 행복에 관한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많다. 영국 신경제 재단이 매년 행복지수를 발표하는데 2016년의 경우 1위는 중미의 코스타리카였다. 2위는 멕시코, 3위는 콜롬비아였고 4위와 5위는 바누아투와 베트남이 차지했다. 반면 부국 미국은 겨우 108위를 기록했고 일본이 58위, 한국은 80위에 머물렀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 적어도 행복도가 경제수준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행복경제학은 그래서 돈이 아니라 행복을 경제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국가의 경제 정책 목표도 국민소득만 따질 게 아니라 행복도 따져야 한다는 것이 행복경제학의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많고 돈이 적어도 행복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행복이 돈의 많고 적음에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행복경제학은 강조한다.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도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은 돈이 아니라 행복에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최근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을 찾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성인 남녀 1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경제적으로 최상위층은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춘 감정에서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소득 하위층은 다른 사람에게 주목하는 감정 즉 연민이나 사랑을 통해 행복감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이런 결과는 부가 행복과 분명하게 관련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부의 정도에 따라 다른 종류의 행복에 이르게 하는 길을 찾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기준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돈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각자 자기 방식과 처지에 맞게 행복을 구하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