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인 관공서 인사철에도 난 거래가 끊겨 오늘내일합니다.”

전주시 서노송동에서 30년 넘도록 꽃집을 운영하는 화훼 업계 관계자의 깊은 한탄이다. 관공서 인사철이면 축하 선물로 전달되던 난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부정청탁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5만원으로 책정된 가격도 수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여파를 막기란 좀처럼 어려웠다. 올해는 화훼 선물 가액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는 개정안 확정에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조차 없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업주 A씨는 “지난해처럼 반토막 수준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일반 거래량도 줄어 어렵던 찰나에 김영란법은 화훼 업계에 쐐기를 박았다. 선물용 난이 어쩌다 부정청탁 대표 격으로 비춰지는지 참담할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3일 본보 취재 결과, 선물 가액 인상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개정 확정에도 불구하고 관공서 인사철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아 화훼 업계가 고사를 외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8일 치안감, 19일 경무관, 25일 총경 인사를 내정했다.

전북청은 이번 인사에서 전북청장 1명과 전북청 1부장, 2부장, 전주완산서장 등 경무관 3명, 총경 15명이 자리를 옮겼다. 29일 명예 퇴임식을 갖고 31일자로 정년퇴임 61명과 명예퇴임 2명 등 63명이 제복을 벗었다.

축하 난으로 꽃밭을 이룬다는 표현도 옛말, 법 시행 이후 지난해와 올해 인사철은 한산했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부임이 있던 지난해 12월 27일에도 배달용 차량 한두 대 수준에 그쳤다. 상황은 29일 명예 퇴임식에도 이어져 가족 몇몇만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일부 경찰서는 축하 난을 돌려보내라는 방침에 출입문조차 넘지 못했다. “지시를 받았지만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영란법 시행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비단 경찰뿐만 200여명 규모 인사를 앞둔 전북도 역시 상황이 같았다. 하루 전인 2일 국장급(3급), 과장급(4급) 4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3일 사무실로 향하는 난은 좀처럼 드물었다.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옮긴 B과장은 “아무래도 난을 받는다는 게 부담스럽다. 보낸 사람만 확인한 뒤 감사 인사를 전하고 화분은 돌려보내고 있다. 물론 보내는 경우도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관련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3, 5, 10’ 규정을 ‘3, 5(농·축·수산물 10), 5’로 바꾸는 시행령 개정안을 가결, 이번 설(2월 16일) 전에 발효를 앞두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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