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초대형쇼핑몰, 초고층빌딩, 고층아파트, 다중이용시설 등의 건물 신축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거대하고 복잡한 건물은 수많은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나, 만연한 안전 불감증으로 안전사고에 무방비 수준이다. 부산 해운대의 38층 ‘우신골든스위트’ 주상복합오피스텔 화재,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의 화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밀양 세종병원화재 참사 등이 단적인 사례이다.
그간 소위 ‘부동산 신화’ 속에 건물 신축 시 부동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관이나 효율을 추구하다보니, 건물이 갖추어야 할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안전이 소홀하게 다루어진 측면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대부분의 고층건물은 실내장식 마감 재료가 목재합판 등 가연성물질로 이용하고 있고, 게다가 복잡 다양한 미로형의 구조로 된 다중이용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발전하게 되고 많은 사상자를 동반하는 실정이다.
연이은 대형화재사건의 영향으로 건물의 안전에 관한 법제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지만, 전반적 규제완화 등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건물을 수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수익성 및 사업성 위주로 접근하는 경향이 바뀌지 않는 한, 건축물 안전사고는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건물의 안전이 건축물 관련 법제도의 정비에 있어서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선적으로 모든 신축 건물 내부는 불에 타지 않는 마감재료 사용을 반드시 의무화해야 하며, 현재 연면적 5000㎡ 이상으로 규정된 다중이용건축물의 범위도 대폭 확대되어야만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의정부 아파트 대형화재 등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건축물 안전에 대한 법과 제도가 소방, 건축 등으로 분리되어 부처별로 관장하고 있는 법제는 화재사고의 발생빈도나 피해의 심각성 측면에서 볼 때 화재사고관련법만이라도 소방관련법으로 일원화 하는 것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일반 건축물을 포함한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과 관련한 법령은 '건축법'과 소방관계법규로 이원화되어 있다. 소관부서가 국토교통부인 건축관계법규에서는 건축물의 형상 및 구조를 이용한 안전시설 관련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소관부서가 행정안전부인 소방관계법규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용되는 소방시설 등의 관련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건축관계법규와 소방관계법규의 이원화는 관련 법규의 집행주체 또는 이를 적용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볼 때, 법 해석과 적용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승강식피난기의 경우 소방관련 기준인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에서는 피난기구로 인정되지만,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피난시설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건축법상 하향식 피난구를 건축물의 발코니 바닥에 설치하면 대피공간의 설치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소방법에서는 외기와 개방된 장소가 아닌 곳에 하향식 피난구를 설치할 경우 대피실 내부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건축법과 소방법에 있는 화재안전 관련 법규가 연계성 부족으로 소방기술의 전문성 및 안전성 확보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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