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농촌은 기존 농업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돋아 주기 위해 농촌에 먼저 뛰어든 청년 농업인들에게 농촌·농업을 물어 봤다.

◆오지영농조합법인

임실군 삼계면 오지리에 자리한 '오지영농조합법인'은 어머니 정순자(57) 대표와 아들 신진명(32) 총무가 운영한다.
정순자 대표의 한과는 이미 지역에서 30년간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7년 전 아들 신진명씨가 귀농하면서 영농조합법인 '삼계오지한과'를 만들었다.
사실 정순자 대표는 마을에서 억척으로 이름난 농사꾼이다.
남편 신금용(60)씨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집안 농사는 오롯이 정순자 대표의 몫이었다.
정순자 대표는 억척스럽게 농사에 매달렸다. 하지만 여자 혼자서 감당할만한 농사 규모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복숭아 과수원 약 3만3,000㎡(1만평), 답 약 1만6,500㎡(5,000평), 한우 6마리, 가공시설 50㎡와 한과 제작공장까지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때문에 주변에서 정 대표를 '슈퍼맨'으로 부른다.
그런 슈퍼우먼 엄마의 농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게 신진명씨다. 신진명씨는 어릴적부터 부모님 농사를 계속 도와준 베테랑 농부다. 지금은 어렵고 힘든 부분을 돕고 있다. 그럼에도 신진명씨는 "농사일은 끝이 없는 것 같다"면서 "농작물 재배와 축산 등 기술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신 조청만을 이용한 전통 한과를 가공하는 기술을 전수받는 일은 다행히 끝났다. 아니 오히려 한과를 판매하는 기술은 어머니인 정순자 대표 보다 훨씬 뛰어나 한과 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아들의 장점

신진명씨는 3년 전 전주 한옥마을에 한과 판매소 2곳을 열었다. 어머니 정순자씨가 만든 한과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게 진짜 옛날 한과"라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약 7개월 전에는 신진명씨 형이 서울 송파구에 가게를 내고 한과 판매를 시작했다.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소문이 퍼지자 백화점과 호텔 등에서 주문 생산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포장·디자인·제품 모양 등 상품의 고급화를 원하기도 했다. 현재 포장 디자인에 투자하기에는 규모가 갑자기 커지게 돼 부담이다. 아직은 맛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조만간 포장 디자인에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주에서는 한과로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서울에서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내 수공업으로는 대단한 액수다. 특히, 신진명씨는 젊음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인터넷 판매에 공을 들였고, 전국적으로 소비자를 확보했다. 지금은 이 소비자들이 각 블로그에 '삼계오지한과' 맛을 홍보해 주는 단계에 다다랐고,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삼계오지한과

'삼계오지한과'의 특징은 먼저 친환경적이다. 쌀, 깨, 콩, 겉보리 등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조청, 엿, 강정, 한과를 제작하며, 부족한 원료는 마을 농산물을 수매해 활용한다. 때문에 신진명씨는 자신의 제품에 자신이 있다. 또 튀밥을 직접 튀겨 사용하고, 엿기름도 직접 내린다.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등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유과(산자)의 경우 농사지은 찹쌀, 정종, 콩, 조청, 튀밥 등이 이용되는데, 물엿·카라멜·베이킹파우더·소다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정통 방식으로 제작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옛날 그맛이다. 이에 붙지도 않고, 먹을수록 더 댕긴다"는 반응을 보인다. 전국 어느 행사장에서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대신 요즘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대부분 유과에 생강을 첨가하지 않았다. 대신 정확한 비율과 맛, 재료와 색으로 다른 한과와 차별성을 뒀다. 7일간 거른 엿기름으로 쌀조청 1가지만을 생산해 사용하며, 참깨·들깨·검정깨·동결건조당근분말·매생이 등으로 색 조합을 만들었고, 동결건조한 사과와 배 분말이 뭍은 한과를 개발하고 있다. 호텔 등에서 반응이 좋기 때문인데, 여기에 누룽지·복분자·파래·쌀 등의 강정으로 색깔과 모양을 맞춘 선물용 세트를 구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로사항

시골에서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손부족'이다. 명절이면 한과 일에 온가족(10명)이 나서야 하고, 평소에도 3명 이상이 필요한데, 다른 농사일까지 일손이 부족한게 가장 힘든 일이다.
또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이 쉬워지자 요즘 시골 젊은여자들이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얻어 모두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일손이 더욱 귀해졌다.
정부의 일자리 창조 사업이 3D업종인 농업에서 일손을 빼앗아 간 셈이다.
또 해썹(haccp -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전통식품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는 바람에 '전통한과' 사업에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골 영농법인 규모는 대부분 작고 영세하다. 해썹을 위한 서류작업을 마무리할 인력도 거의 없다. 하지만 해썹 인증이 없으면 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니 난감하다.
더욱이 전통식품에도 해썹 기준을 적용시키면서 가마솥을 없애고 기계식 솥을 들여야 하며, '전통식품' 인증보다 '해썹' 인증을 우선으로 지원하고 식품 허가도 까다롭게 변하면서 전통 방식의 한과 제작이 어려워졌다.
조청 아이스크림, 조청 붕어빵 등 제품 개발도 필요한데, 해썹을 적용하다 보면 새로운 기계를 발명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포장 등 컨설팅을 받고 싶지만, 아직 규모화를 이루지 못해 비용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녀들의 양육 비용도 청년들이 시골에서 생활하기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휴일에 딸 셋과 아들 하나 데리고 도시로 나가 미용하고 용품 몇개 사면 수십만원 비용이 그냥 사라진다. 딸 다섯을 키우는 인근 선배는 주말 가족 문화비용이 100만원이라고 한다. 농촌 청년층에게는 아이들 양육 및 복지와 관련한 할인 혜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청년농부란

신진명씨는 시골에서 자랐고, 농업고등학교를 나왔으며, 군산대 3학년 재학시절에 첫째 아이를 낳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때문에 원래 자신의 위치가 고향에서 제일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모두 살고 있는 시골에서 선배들의 텃세는 엄중하다. 성인이 된 후 농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에 마을 선배들은 자신을 서투른 새내기로 취급했다. 농사가 6~7년이 지나자 이제서야 자신의 서투름을 하나씩 지적해 주기 시작했다. 마을 인원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신진명씨는 마을에 젊은 인재가 더 많이 생기길 원하고 있다. 마을 선배들은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관행 농법에 매달린다. 관행 농법에는 전문가들이지만, 휴식 기간에 자기들끼리 술을 마시며 본인들만의 관계를 발전시키는게 전부여서 후배들과의 화합에도 어려움이 많다. 한번씩 불만을 말하고 싶었다.
이 때마다 어머니인 정순자씨가 "썩지 않은 씨앗은 싹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썩을 정도로 참아라"고 조언했고, 도움이 컸다고 한다.
또한 정순자씨는 "시골에는 모든 게 일거리다.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한 일이 너무 많다. 대신 편하고 빨리 벌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조언한다.
이에 신진명씨는 시골에서 청년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도 노인들이 운영하는 좌판이 사라지는데, 농촌에서 고령화로 노인들이 사라지면 누가 농사와 문화를 이어갈까 의문이었다. 결국, 귀농·귀촌과는 또 다른, 젊은 세대의 참여가 농촌 단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임을 깨달았다.
이제 회사에 다니는 도시 친구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비슷하다. 대신 나만의 시간 계획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려와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텃세와 땅 구입 문제도 있고, 재배 품목 및 방법을 제시할 수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회와 시간과 돈을 가질 가능성은 시골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에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시골에서는 부지런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많은 것만은 확실하다"

◆후배들에게

신진명씨는 "내가 힘들게 준비해 귀농하지 않았고, 경력도 짧기 때문에 조언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아직도 고생하시는 어머니 가업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소리만 듣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다른이의 조언 보다 본인이 원하는 농사를 정하고 공부해 차별화를 시도하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신 신진명씨는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시골에서 섣불리 가공업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다. 한과 등 남이 잘 되는 모습만 보고 투자했다가 망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만약에 청년들이 가공업을 희망한다면, 해당 농사 및 가공업에 1년 이상 종사한 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게 신진명씨의 의견이다.
아울러 자신의 목표도 언급했다.
"이왕 한과에 뛰어들었으니, 명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청와대에 납품하고 싶다. 젊은 경력과 제품에 대한 이해, 완성도 등을 인정하는 '젊은 명인'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정받게 되면, 성공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은 완벽하게 배우고,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어 파는게 지금의 목표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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