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파와 혹서기에 나오는 기사가 있다. 거의 대부분 언론은 '일부 채소 값 폭등으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고 호들갑이다. 일부지만, 농산물 값이 크게 오르니, 가계 부담에 서민들 허리가 휘청거릴 지경이라고 말한다. 한 술 더 뜨면 상추밭들이 얼어 겨울철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기사도 나온다. 이는 각 언론사들의 단골 메뉴로, 으레 농산물 한두 가지 가격이 오르면 가계 전체에 부담을 주고,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진다. 이에 소비자들은 현재생활의 어려움이 모두 농산물 가격 폭등에서 비롯되고, 상추 등 일부 채소는 아예 밥상에서 치워야 할 품목으로 지정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속이 탄다. 가뜩이나 작황이 나빠 소득을 보전해야 하는데, 가격이 평년대비 10~30%만 올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수입산으로 부족분을 대체해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나선다. 다시 가격은 떨어지고, 작황 부진 및 가격 하락으로 농민은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언론과 소비자 모두 무덤덤한 편이다. 언론은 한두 가지 농산물 가격이 급락했다고 호들갑 떨지 않고, 소비자는 장볼 때 채소를 고르는 선택권이 조금 늘었다고 느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농민은 다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가계에 크게 부담을 주지도 않고, 물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애호박, 파프리카, 풋고추, 오이 등이 '급등'했다고 떠들지만, 농수산물도매시장 가격표를 살펴보면 전년비 각각 2~10% 올랐을 뿐이고, 오히려 오이는 전년비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 품목이 50~100%씩 '폭등'했다는 언론들의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 언론이 비교하는 판매점은 '특정 마트' 등일 확률이 높고, 공급 과잉과 부족시 소비자가격을 취합한 정도다. 당연히 100%씩 차이를 보이는 품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기사거리가 된다. 그렇다 해도 농산물 가격 변동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통계청이 물가 자료를 구성할 때 몇몇 채소를 합한 비중은 1000 중 10~20에 불과하다. 유가 등이 아닌 채소가 1000의 비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론은 화훼농가나 과수농가가 망할 정도가 되서야 '꽃 팔아주기 운동', '과일 사주기 운동' 등의 기사를 작성한다. 농민들은 이러한 연속극이 슬프다고 하소연한다. 등락 변수가 많은 농산물이 어떤 이유로 떨어졌고, 그에 따라 관련 농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다루는 기사는 드물다.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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