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숙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장

  가수 김광석이 부른 노래 중 ‘먼지가 되어’라는 곡이 있다.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랑하는 당신 곁으로 가고 싶다는 가사로, 1990년대 큰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사랑 받는 노래다. 그런데 요즘은 이 바람 속의 먼지가 반갑지 않다.
  과거 먼지는 봄철 한반도로 날아오는 황사가 주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가 사계절 골칫거리다. 미세먼지는 매우 작은 먼지 입자로, 호흡기를 통해 몸 안에 들어가는데 오래 마시게 되면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 폐질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건강한 성인들은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즉각적인 건강 피해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린이, 노인 등 민감 계층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매일 아침뉴스를 보면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할 때, 이제는 미세먼지 예보까지 챙겨야 한다. 우산이나 비옷, 두터운 외투, 부츠와 함께 ‘마스크’가 일기예보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선 신경 써야 할 것은 개인위생이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은 물론, 외출 후에는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어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 섭취도 권장한다. 도라지, 배, 생강, 홍삼은 기관지에 좋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천식이나 비염 등의 기관지 염증과 면역에 효과가 있는 우리 농산물이 또 있다. 바로 배암차즈기, 삼채, 잔대다.
  배암차즈기는 꿀풀과의 식물로 전국의 논밭이나 들에 자라며 약용으로 많이 쓰이고, 연한 잎은 나물이나 김치, 장아찌로 먹는다. 꽃의 모양이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닮아 배암(뱀)배추라고도 불리며, 잎의 주름지고 울퉁불퉁한 모양이 곰보자국처럼 보여 곰보배추, 눈 속에서도 보인다고 하여 설견초라 불리기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기침, 가래를 멎게 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왔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에 천식 유발물질과 배암차즈기를 동시에 투여하면 기관지 염증반응과 과도한 점액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배암차즈기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 삼채다. 단맛이 있는 삼채는 배암차즈기의 매운 맛과 쓴 맛을 순화시켜 주고 천식 개선 효과를 향상시킨다.  
  잔대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롱꽃과 식물로 줄기 모양이며 꽃모양이 도라지와 비슷하다. 효능에 있어서도 도라지와 마찬가지로 기관지에 효능이 있다. 인삼만큼이나 효능이 우수하다 해서 ‘사삼’이란 한약명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오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가래를 없애고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하며 해독 작용에 효과가 있어 미세먼지에 지친 기관지를 보호해 준다. 이른 봄 어린잎과 뿌리를 나물이나 장아찌, 구이, 튀김 등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으며, 최근에는 차, 즙 등 식품으로 개발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요즘 배암차즈기, 삼채, 잔대의 건강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재배하는 곳도 늘어나 최근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온라인 마켓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됐다.
  환절기 미세먼지로 답답해진 목을 위해 배암차즈기, 삼채, 잔대 달인 물이나 차 한 잔 마시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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