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경제협력의 큰 꿈이 영글어 간다

오피니언l승인2018.03.13l15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런던행 두 장, 침대칸으로 주세요. 서울에서 베를린까지 기차요금은 얼마일까?”얼마 전 국내출장 건으로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KTX를 탑승했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있어 찬찬히 안내책자를 들여다봤다. 사실 20여년전 우연히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대륙을 횡단해 본 경험이 있던 터라 TKR(한반도 종단열차)와 TSR(시베리아 횡단열차) 연결 사업에 늘 관심이 많았다.

  7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은 국제역이었다. 끊어진 남북철도가 다시 연결된다면 부산과 목포, 강릉, 서울역에서 유럽행 열차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서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는 예카테린부르그를 거쳐서 모스크바를 통해서 베를린과 파리, 런던, 로마까지 유럽 구석구석을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갈 수도 있는 것이다.

  TKR-TSR 연결사업은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DJ 정부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었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북한을 활용한 한-러간 협력사업 활성화의 상징이었다. 철도연결사업과 함께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와 원유를 한국으로 공급하겠다는 러시아정부의 의지와 희망이 매우 크기도 했다. 문제는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이었고 지난 10여년간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 등 갈등과 긴장으로 이어진 남북관계로 인해서 더 이상의 진척이 이루어지기 힘든 형국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미국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전쟁 발발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던 와중에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특사 교환 방문에 이어 북한과 미국간 정상회담 합의로 일순간 남북 간 교류와 협력, 화해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실천 등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그래도 천지가 개벽할 만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변 4강국 중 러시아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가장 환영하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한 남-북-러 경제협력의 결실과 혜택이 그 누구보다 크기 때문이다. 20년 장기 집권의 꿈이 무르익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유럽 지역 러시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해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왔다. 매년 9월 극동에서 개최되는 극동경제 포럼에는 매번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있고 작년 9월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러시아 방문지가 블라디보스톡이었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북한으로서는 철도연결로 인한 통과수입의 과실을 거둘 수 있다. 남-북-러 경제협력 사업의 상징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보통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단된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아울러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말 못할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은 중국진출 우리기업들에게 북한은 새로운 투자대상국으로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동일 언어와 문화적 동질성, 저렴한 인건비와 매우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북한의 노동력은 이미 고임금 구조로 접어든 중국 노동시장에 대한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울러 막대한 천연자원의 보고인 극동 시베리아 개발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극동-시베리아 시장은 아직 소비인구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도래하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러시아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본격적인 개발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새롭게 열리면서 러시아와의 신북방 협력 잠재력이 구체화되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데 이어서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이 잇달아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다.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주변 4강들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함으로써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의 틀을 공고히 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어렵게 찾아온 민족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잘 살려서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고대한다. 남-북-러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통일 한국의 부푼 꿈이 영글어 가고 있다.

 


오피니언  opinion@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전라일보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60-040]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75  |  대표전화 : 063)232-3132  |  팩스 : 063)284-070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 동 성
Copyright © 2018 전라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