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전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국들과의 FTA 협상에 들어갈 때 농민단체들은 경고했다. 농업 관련 협상을 최대한 막아달라고. 아니면 저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시장이 확보되면 수출상들은 가격을 올리고, 결국 국민들은 비싼 가격으로 수입산 농산물을 사먹게 되고, 국내 농업계 및 우리나라 경제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너무 농업계에 퍼주는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값 싸고 질 좋은 수입산 농산물과 경쟁해야 우리 농업인들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것은 너무 단순한 주장이었고, 농업계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322억9356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량 기준으로도 5288만6342톤이었다. 물론 수입금액과 물량 모두 매년 증가하는 수치이다. 수산물까지 합하면 지난해 수입액은 375억5536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는 특히 육류와 과일의 공세가 거셌는데, 쇠고기가 24억6171만 달러로 전년 비 7.8%, 돼지고기가 13억6336만 달러로 전년 비 20.3% 늘었다. 양고기도 전년 비 81.9%나 증가했으며, 오리고기의 경우는 전년 비 262.3%나 급증했다. 과일은 바나나, 오렌지, 포도, 레몬이 전년 비 각각 11.2%, 9%, 5.4%, 12% 증가했다. 이들 수입산 농축산물들이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올해는 수입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금액 기준 수입 증가율이 물량 기준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농림축산물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44.4% 증가했는데, 금액 기준으로는 99.6%나 증가했다. 이는 해외 수출업자들이 우리나라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해 수출 단가를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체리의 경우 한미FTA 발효와 동시에 24%의 수입 관세가 사라졌지만, 지난해 kg당 수입 단가는 발효 직전 8.4달러보다 오히려 오른 9.1달러였다. 소비자들은 한미FTA 발효 전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수입산 체리를 사먹게 된 것이다. FTA로 인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농축수산물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정부의 홍보가 무색해진 것이다. 저가 수입 후 시장 잠식과 수출상들의 가격 올림은 공식이다. 수입산 농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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