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재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어릴적 시장에 가면 늘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 호기심이 생기고 이웃들과 정을 나누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주말을 이용해 집 근처 시장을 찾을 때도 있지만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일선 기관장의 입장에 있다 보니 주로 현장을 찾아 시장 상인을 비롯한 소상공인들과 자주 소통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우리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곳만은 아니다. 전통시장은 시민들의 소비와 소통의 공간이자 지역의 농?수?축산물, 특산품, 공산품 등을 소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은 지역의 문화가 있고 상인들의 애정과 철학이 담겨 있는 곳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전통시장 문제는 사실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은 효과를 가늠하기가 어렵고 그것을 체감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그간 시설현대화, 주차장, 특성화시장, 경영개선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급격한 증가와 소비행태의 변화로 2016년 전체 전통시장 매출액은 21.8조원 수준으로 2002년 41.5조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최근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3년도 19.9조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골목상권 잠식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시장이 늘고 있어 전통시장 상인들의 변화 노력에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 지역 ‘전주 남부시장’은 한옥마을, 지역축제 등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하여 가장 한국적인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발돋움하였으며, 매주 금?토요일 야시장을 개장하여 주말 매출이 20%이상 상승하고,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 내에 청년몰을 개설하여 젊은 고객 유입 및 청년상인 육성 모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전남 '정남진 토요시장'은 낡은 시설을 정비하고 광화문 기준 가장 남쪽이라는 점을 브랜드화하면서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 사회관계망(SNS) 활용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여 적은 인구에도 평일 2천~3천명, 장날 5천~7천명, 토요장에는 1만5천명이 방문하는 성공한 시장이 되었다.
  서울 ‘통인시장’은 경복궁 서촌마을에서 구입한 엽전으로 시장내 음식을 뷔페처럼 자유롭게 도시락통을 이용해 맛볼 수 있어 지역 명물이 되었고, 요식 관련 점포가 많은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2012년부터는 도시락카페를 열면서 많은 체험 프로그램들로 대박을 치고 있다.

  세 개 시장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이른바 잘 나가는 전통시장은 공통적으로 판매상품, 볼거리, 맛집 핵점포, 스토리, 프로그램이든지 어느것 하나 이상 특화된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활성화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성공한 전통시장은 지역 특색이 반영되어 개성이 명확하고, TV나 영화 등과 연계된 홍보로써 관광명소화한 경우가 많으며, 가격 협상력과 편의성을 갖춘 동시에 전통시장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 시장상인 등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강력한 고객 유입요인이 부족하여 외면 받는 현실 속에서도 이러한 몇몇 전통시장들이 지역의 명물로 부상하여 꾸준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일견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지역에 따라 입지나 여건이 태생적으로 달라 획일적인 정책 추진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에 우리 중기부도 시장별 특색과 개성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만이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일 것이다.

  현재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른 여파로 우리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전북 지역에는 77개 전통시장 및 상점가가 있으며, 군산에도 7개 전통시장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인 우리 시민들의 골목상권에 대한 관심이다. 규모의 불리를 이겨내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가까운 전통시장이라도 자주 찾아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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