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새 소리가 가득 메운 도보다리 위에서 앉아 30분간 오롯이 두 사람만의 '독대'를 가졌다. /사진=판문점 공동취재단
▲ 2018남북정상회담 공식환영만찬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내놓은 평양냉면을 맛보고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남북정상회담 뒷얘기

#‘낮 말은 새가 듣고..‘ 도보다리 30분 ’독대‘ 채운 새소리

=배석자 없이 30분간 이어진 도보다리에서의 남북 정상 ‘독대’. 경호원도 한참 멀리 떨어졌고 마이크도 꺼졌다. 멀리 선 카메라만 파란색 도보다리 의자에 앉은 두 정상을 응시할 뿐이었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곤 새 소리뿐. ‘낮 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두 정상의 비밀스런 이야기 이 새들은 알고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 ‘깜짝 방북’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군사분계선에서 맞이하고 악수를 나눈 뒤 “나는 언제쯤 (북측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김 위원장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곧바로 “그러면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에서 사진을 찍게 됐다.

#훈민정음 속 ‘ㄱ’와 ‘ㅁ’

=정상회담을 앞서 평화의집 1층 환당잠에 머물렀던 남북 정상의 의자 뒤편으로는 ‘훈민정음’작품이 걸려있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라며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맛디의 글자에는 ㅁ이 들어가 있고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인데 특별히 ㄱ을 썻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맛디의 ㅁ은 문재인의 ㅁ을, 맹가노니의 ㄱ은 김 위원장을 위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김 위원장은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쓰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훈민정음 작품을 거는 것은 김정숙 여사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남북 공식수행단 ‘다같이 한컷’평화의집 앞 의장대 사열을 받은 남북정상은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전 예정에 없던 남북 공식수행단과의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알고보니 김 위원장이 회담 전에 곧바로 북으로 가야할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그럼 “가기 전에 다같이 기념 촬영하자”고 말해 즉석에서 남북 정상과 양측 공식수행단의 역사적 한 컷이 카메라에 담겼다.

#평양 오시면 ‘더 맛있게’

=정상회담 환영만찬에 오른 옥류관 평양 냉면은 일찍부터 관심이었다.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통일각에 제면기를 설치에 갓 뽑아낸 면을 평화의집 3층 만찬장까지 공수해 테이블에 올렸다. 청와대 윤영찬 수석이 회담 후 전한 뒷얘기에 따르면 “북측 관계자들이 옥류관 냉면 맛을 100% 재현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단다. 북한에 와서 제대로 된 맛을 먹어보라고 했다고.

#리설주 -김정숙 여사 ‘성악 전공으로 더 친근’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만나는 일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날 북한 리설주 여사는 연분홍, 김정숙 여사는 하늘색의 화사한 파스텔톤 의상으로 ‘한반도의 봄’ 분위기를 더했다.

환영만찬에서 함께 한 남북의 퍼스트레이디들은 손을 맞잡고, 아쉬운 작별의 포옹을 나누며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김 여사는 “진실성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앞만 보고 가도 되겠다”고 했고, 리 여사는 “남편일이 잘 되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도 한마음이어서 기쁘다. 저와 같이 여사님도 성악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마음속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두 사람이 예술산업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남쪽 스타’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서 김 위원장과 환담을 나누던 도중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김여정 부부장은 남쪽에서 완전 스타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남북 참석자들은 웃었고, 김 부부장도 살짝 얼굴을 붉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문 대통령을 만나며, 남북 평화 무드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보수 재향군인회의 ‘정상회담 성공 기원 행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8시께 청와대를 나서 판문점으로 향하던 길목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길게 늘어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일명 ‘태극기 부대’인가 보니 손에 든 팻말에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이라는 문구가 씌여있다. 이들은 보수층인 재향군인회 회원들.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이들과 ‘기분좋은 악수’를 나눴다.

#정상 앉을 의자 흠집 가구업체 ‘진땀’

=27일 오전 8시께 남북 실무자들이 평화의집 정상회담장에서 마지막으로 가구를 점검하던 도중 정상들이 앉을 의자 옆면 모서리에 흠집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회담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실무진은 급히 가구 담당업체를 불러 덧칠 수리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질 몇 년 하셨습니까”

=역사적 현장을 취재하러 온 남북 기자들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하나됐다. 북측의 한 기자는 남측 기자를 향해 “기자질 몇 년 하셨습니까”라고 물어오기도 했다고 현장소식통은 전했다.

 

# 위원장 동지 앉을 의자 “살균소득 철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의집 1층에 들어서기 직전 북측 경호원들은 소독약이 든 분무기를 꺼내 김 위원장이 앉아 방명록을 작성할 책상과 의자를 분주히 살균소독하고, 도청장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고양MPC)=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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