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려던 남측 기자단의 22일 방북이 끝내 불발됐다. 이날까지도 북한이 남측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고 비자를 내주지 않아 전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대기하던 우리 측 취재진 8명은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45분께 남측을 제외한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핵실험장 폐기행사 참관을 위해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북한 원산으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의 초기조치로 여겨지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북측이 5월23일과 25일 사이에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측 기자단을 초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남북 간 모든 합의들을 반드시 이행함으로써 과거의 대결과 반목을 끝내고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것이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취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하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한다며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남측에 비판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가운데 판문점을 통한 남측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아 남측 취재진의 방북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서울=최홍은기자·hii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