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 박홍재

전라북도에 온 관광객들이 돌아갈 때 손에 동네빵집 로고가 새겨진 종이봉투를 들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전주에 온 관광객은 초콜릿 파이를 사가고, 군산에 온 관광객은 단팥빵과 채소빵을 사간다. 이곳 외에도 정읍, 남원 지역에도 명물로 손꼽히는 특색 있는 빵들이 지역민의 입소문을 타고 사랑 받고 있다.
요즘은 각 지역에 있는 동네빵집을 성지순례 하듯 찾아가는 ‘빵지순례’가 인기라고 한다. 동네빵집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 맛을 보기 위해 지역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유행이 다소 서운하게 느껴진다. 빵을 선호하는 만큼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해 2017년에는 61.8kg까지 줄었다. 다행히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추세에 있어 2016년보다 4만8천 톤이 증가한 70만 8천 톤을 소비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쌀 생산량 증가, 식생활 서구화로 쌀 재고량이 증가하면서 쌀 가공식품에 대한 규제가 해제됐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쌀 가공 산업 활성화 정책 시행을 위한 관련법이 제정됐다. 특히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캠핑 문화 정착 등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밥과 편의점 도시락 등 쌀로 만든 간편식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즉석밥과 도시락, 편의점 김밥 등은 쌀로 만든 대표적인 가공식품이다. 하지만 쌀로 만든 가공식품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다. 특히 쌀을 가루로 만들어 가공하면 보다 많은 분야로 확대된다. 떡, 빵, 제과?스넥, 주류, 장류, 면류, 육가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공식품에 고품질 소재로 사용된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과 식량분야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100여개의 쌀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양조전용 쌀 ‘설갱’은 유명 전통주 기업이 생산하는 술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고,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은 ‘고아미’는 쌀국수 원료가 되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떡 가공을 위한 ‘보람찬 쌀’은 국산 동부와 만나 영광 모싯잎 송편의 산업화를 이끌고 있다. 또 다른 쌀가루 전용품종인 ‘수원542호’는 빵, 과자, 케이크의 원료로 이용되며 동네빵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군산에 위치한 한 동네빵집은 우리 쌀과 군산지역 특산품인 흰찰쌀보리, 우리 밀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밀가루로 만든 빵의 고유한 식감과 맛을 쌀가루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밀가루를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못 시키는 사람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빵이라는 점이 소문나면서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이 또 다시 찾는 동네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빵을 만들기 위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우리 농산물의 양만해도 연 20톤 이상에 달한다.

폭신하고 부드럽고 다양한 부재료와 곁들이면 천 가지 맛을 내는 빵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간편한 한 끼 식사가 됐다. 이왕이면 동네빵집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우리 쌀, 보리, 밀 등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빵을 소비하길 추천한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우리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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