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점자블록이 오히려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길잡이가 되어야 할 점자블록이 설치, 유지보수가 미흡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본보 확인 결과, 전주시 동완산동, 삼천동, 전동, 인후동 등 전주 지역 대부분 인도에서 점자블록이 설치 규정과 다르게 설치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시 동완산동 전북시각장애인 전주지회 인근 매곡로의 경우 최근 포장을 새로 하면서 점자블록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이전에 점자블록이 자리했다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일부 인도는 포장이 점자블록보다 높게 포장되면서 인식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삼천동 장승배기로 횡단보도는 시각장애인에게 방향을 안내할 선형블록은 설치되지 않고 위험을 안내하는 점형블록만 설치됐다. 또 장승배기로 선형블록은 중간에 가로수가 심어져 안내방향대로 따라갈 경우 가로수와 충돌하게끔 설치되기도 했다.
전동과 인후동은 횡단보도 한쪽에만 점형블록이 설치돼 횡단보도가 어디서 마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외 인근 상가에서 내놓은 적치물이 점자블록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과 도로안전시설설치및관리지침은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많은 도로와 시설 주변, 시각장애인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곳 등에 대해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협을 알려 정지를 알리는 점자블록은 충돌이 예상되는 횡단보도 보도 시종점부, 대중교통 승하차지점 등에 차도와 보도 경계부에 설치한다.
또 방향을 안내하는 선형블록은 장애물을 피하게 유도하는 경우, 유도 경로가 복잡한 경우 등에 대해 점형블록과 연계해 설치한다.
노창옥 전북시각장애인 전주지회장은 “엉터리로 설치된 점자블록 탓에 시각장애인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 앞 5m에서도 점자블록이 사라지고 훼손돼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종종 걸려온다”면서 “전주시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봤지만 반영되는 부분 없이 어렵다고만 말한다”고 지적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이 한정되어 있고, 관련 부서도 제각각인 탓에 점자블록 설치 및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있다. 더군다나 점자블록 설치 운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사실상 보도블록 설치나 유지보수는 민원이 제기돼야 현장을 보수할 수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김용수습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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