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회재난 피해액이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 중 AI와 구제역 등으로 인한 가축질병 피해액 비중이 76%로 가장 많다. 또 구제역과 AI 등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 한 가축을 땅에 묻은 일부 매몰지의 관리가 미흡해 침출수로 인한 토양 오염 및 대규모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제는 가축전염병에 걸리거나 걸릴 위험성이 있는 가축들을 매몰하는 땅이 부족할 정도인데도 우리나라는 매몰처분을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구제역 백신이 녹지 못해 뭉쳐있거나 접종 부위에 세균이 침투해 농이 형성되는 등 국내산 돼지고기 목살에서 ‘이상육’이 많이 발생하자 이를 도려낸 'B급 목살'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산 목살의 절반이 이러한 ‘이상육‘ 이라고 하자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며 수입산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돼지농장 안으로 출입하는 모든 것을 철저히 소독함으로써 전염병 발생을 원천 차단한다. 농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물론, 출입자 모두가 맨몸 샤워 실을 거쳐야 하며, 내부에서 사용하는 옷과 신발 등으로 갈아입고 신어야 한다. 나올 때 역시 샤워 실을 거쳐야 하며, 맨몸으로 모든 것을 씻어낸 후에야 보관했던 본인의 옷을 입고 농장 외부로 나올 수 있다. 심지어는 내부로 반일되는 볼펜이나 서류까지도 소독 절차를 거치고, 돼지를 실어 나르는 차량의 접근 등도 각종 기구와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차단해 세균의 전파를 막는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의 3배에 가까운 연간 3천만 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그런데 이렇게 차단방역을 실시함으로써 198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도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덴마크는 농장에서 병으로 죽은 돼지의 사체를 농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전문 수거용기에 분리하고, 전문업체가 이를 수거해 소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농장 앞 신발 바닥 소독판과 에어샤워 부스 통과, 방진 가운 및 덧신 사용 등과 비교하면 세균 전염 차단 효과는 큰 차이가 난다.
방역당국이 역학 조사한 결과, 우리의 구제역 발생은 주로 축산 차량으로 인한 경우가 많고, 이 차량들이 구제역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농정 당국은 축산차량 소독에만 매달리며 전염병을 원천 차단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또한 백신접종 철저 및 초동대응 강화, 지자체의 방역조직 확보 등을 매번 외친다. 정말 덴마크처럼 전염병 원인을 차단하는 게 힘든 것인가. 해마다 구제역을 맞이하고, 소란을 떨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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