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비정신이 깃든 정읍 무성서원을 이 시대 언어 사진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정읍시(시장 유진섭)와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은 4일부터 30일까지 한 달여간 박물관에서 사진전 ‘무성서원에서 선비정신을 묻다’를 연다.
  향교(鄕校)와 서원(書院)은 조선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이고 그 중 서원은 지역 학문의 중심지이자 선비문화의 산실이었다. 우리 지역에는 ‘정읍 무성서원’이 있다.
  무성서원은 고려시대 태산사로 불리다가 1696년 무성서원으로 개편돼 선현 배향과 지방교육을 담당했다. 현재 신라 말 뛰어난 학자이자 문장가 최치원과 조선 중종 때 태인현감 신잠을 비롯해 정극인 송세림 정언층 김약묵 김 관 등을 배향하고 있다. 오랜 세월 신주를 모시고 교육해 온 곳인 만큼 선비의 멋, 풍류, 실천하는 삶의 모습이 자연스레 스며있을 터. 
  덕분에 최초의 자치 규범인 향약이 여기서 퍼져 나갔고 아름다운 봄을 찬미하는 상춘곡 곡조가 무성의 땅에서 시작했다. 일제에 항거한 선비들의 의병 활동 역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서원은 오늘날 우리에게 막연하고 오래된 무언가일 뿐이다. 정읍시와 국립전주박물관은 현대인들이 서원을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지금의 대중적인 매체 사진을 택했다.
  전시에서는 무성서원의 면면을 담은 사진 10여 점을 소개한다. 무성서원 부원장인 이흥재 사진작가(전 전북도립미술관장)가 부원장이 된 뒤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 무성서원의 순간순간을 전주 한지에 담았다.
  작가는 무성서원 속 선비정신을 무성서원의 낮과 밤, 봄 여름 가을 겨울, 날씨로 대신한다. 선비가 마음을 깨끗이 씻어 올곧게 살기를 결심하는 ‘세심(洗心)’은 서원을 적시는 비로 형상화한다.
  선비의 검소함과 소박함을 일컫는 ‘검박(儉朴)’은 가을 하늘 아래 단풍이 말해준다. 울긋불긋, 화려한 빛깔의 단풍은 한지 위에서만큼은 은은하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고 의연한 ‘세한삼우(歲寒三友)’ 정신은 설경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야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가 뜨기 30분 전, 해가 지기 30분 전 볼 수 있다는 푸른색(twilight blue)은 어둠을 밝고 신비로이 비추는데 이는 서원에 모신 선비들과 맞닿아있다.
  이흥재 사진작가는 “무성서원을 잘 알 뿐 아니라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난 3,4년 간 틈틈이 촬영했다. 사진을 보면 무성서원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도록 표현한 게 특징”이라며 “사진을 한지에 출력해 깊고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직접 보면 확실히 와 닿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특성화 사업으로 ‘조선 선비문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선비문화 관련 조사, 연구, 자료수집, 전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진전에서도 무성서원 풍경을 통해 옛 선비들의 정신을 살피고자 한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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