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산성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기술과 혁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기술 자체가 혁신이 아니라, 기술이 여러 사람에게 쓰일 때 혁신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3D프린팅, 드론, 인공지능 등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을 앞세운 산업 시대에서 기술 시대로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한다면, 그 성공의 열쇠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기술(기업)이 타 기술(기업)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 및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활용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2016년 9월 코엑스에서 열린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에서 미국 3D로보틱스사의 CEO인 크리스 앤더슨이 기조 강연 때 언급한 “경쟁 그때와 지금(Competition, Then and Now)”으로부터 상기 조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말한 경쟁은 첫째, 20세기 초는 회사 대 회사의 경쟁(Company vs Company), 둘째, 20세기 말은 제품 대 제품의 경쟁(Product vs Product), 셋째, 21세기는 생태계 대 생태계의 경쟁(Ecosystem vs Ecosystem)이다. 먼저 회사 대 회사의 경쟁을 생각해 보자. 모두가 잘 아는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1892년에 설립된 제너럴일렉트릭(GE)사와 1946년에 설립된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는 한 때 가전제품의 명가였다. 가정집에 설치된 GE의 냉장고, 세탁기나 소니의 대형 TV 등은 부의 상징이었으며, GE나 소니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무조건 구매하는 제품 마니아 층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20세기 말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제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회사 브랜드보다는 제품 자체의 특성, 디자인 등을 포함한 가성비를 구매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게 되었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무기로 다양한 메이커들이 등장해 GE와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21세기의 경쟁에 관해서는 구글의 지주 회사인 알파벳 전회장 에릭 슈미트가 말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 이들이 IT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즉, 미국의 IT기업들은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조성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IT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 애플의 경우에는 자사 모바일 제품에 iOS라는 독자 개발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 엘지, 화웨이를 포함한 애플의 모든 경쟁자들은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대다 경쟁의 경우에는 일에 해당하는 애플이 시장에서 도태되기 쉽지만,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등 기기와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등의 서비스 및 기타 소프트웨어들을 사용자의 콘텐츠와 완벽에 가깝게 연계시킨 특별한 생태계를 구축하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술 기업들이 애플의 성공을 모방하기 위해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듯이, 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크리스 앤더슨이 언급한 20세기 경쟁 사례와 같이 회사 브랜드나 특정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 안에 들어가 상호 연결되고, 융합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태계 내에 잘 정착된 기술은 더 이상 일부 엔지니어나 기업 제품의 전유물이 아니고, 일반인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공유경제를 창조해 낸, 에어비앤비(하우스 공유), 우버(차량 공유) 등도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생태계에 연결되어 성공한 사례들이다.
생태계 내에 뿌리를 내렸다고 그 기술이나 기술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는 작은 스타트업도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게 증가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의 CEO 카를로스 곤은 “우리는 변동성이 높은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외적 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영향을 받고 기술도 매우 빠르게 발전한다. 당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등장한 어떤 것에 의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고, 관성적으로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여 의사 결정을 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지금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붕괴된 단절의 시대다.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와 글로벌플랫폼 생태계가 새로운 경쟁자들을 불러들이고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언제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도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특히, 신기술, 신생기업 정보 분야에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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