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박종만

  누군가 농업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면 선뜻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다. 국민에게 식량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산업이라는 간단한 대답으로는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너무 부족해서 가끔 대지의 푸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산업이라는 궁색한 표현을 하곤 한다. 우리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명백히 인식하고 있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간혹 그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쉽게 지나치고 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젊은 농업인을 마주치거나 농업인을 꿈꾸는 사람을 보면 힘든 일을 왜 하냐며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보기 일쑤이다. 아마 이것이 농어업이 직면한 현실이거나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아닐까.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농어촌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농어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본산업이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벼 한가마 또는 1kg에 얼마 정도의 수치를 대답하곤 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벼의 존재가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농업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농업의 가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세계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태동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는 농업의 환경가치에 대한 계량평가를 199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0년 동안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그 가치를 수치화하고 있다. OECD국가들은 농업부문이 본래의 기능에 더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했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성격과 정책적 함의에 관한 분석을 실행하는 등 농업문제와 관련한 가장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OECD국가들이 농업의 가치를 환경 공익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까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정서?심리적인 안정감을 줄뿐만 아니라 보건?휴양 기능 및 전통문화 보전과 같은 사회?문화적인 공익적 가치까지도 함양하고 있다.
 논은 벼를 재배하는 기간 중 평균 137일간은 물을 가두어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 도시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을 때, 논에서 발생하는 물증발로 인한 잠열효과로 하루 평균 825원/㎡의 대기를 냉각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 사용 절감효과도 얻을 수가 있다. 거기다가 벼를 재배했을 때 생성되는 산소의 양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1일 2.87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얻는 대기정화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1일 0.65원/㎡에 해당하고 논을 거쳐 지나간 물의 수질개선 효과는 COD(Chemical Oxygen Demand, 화학적 산소 요구량)개선도만 평가해도 1년에 188원/㎡에 해당하며 토양유실저감 효과는 1년에 1,243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농업으로 인한 혜택은 이미 온 국민이 함께 누리고 있었지만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쳐 왔는지도 모르겠다.
 명심보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지킬 수는 없으며,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하여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는다고 볼 수 없다.” 이 말은, 돈과 책을 자손에게 남기는 것보다 자연과 세상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고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를 자손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환경교육이 중요하다. 농업을 식량 생산의 범주로만 생각하는 1차원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공익적 생태가치로서의 환경교육까지 포함해 자연의 가치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현재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농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농어업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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