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옛 이름인 완산을 중심으로 발간한 옛 책과 그 판본을 말하는 ‘완판본’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공연된다.
  극단 두루(대표 오창현)가 준비한 창작뮤지컬 ‘완판본’은 책을 사랑하고, 책을 직접 만들었던 출판문화도시 전주의 정신을 담아낸 공연으로 전주문화재단 ‘2018 전주 이야기자원 공연화’ 선정 작품이다.
  조선시대 목판 인쇄는 서울의 경판, 경기도 안성의 안성판, 대구 달성판, 전주 완판본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완판본은 16세기 후반부터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보급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해왔다. 당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주 남부시장에 가는 사람들에게 ‘서포’(書鋪)에 들러 책 좀 사다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했을 터. 다른 판본과 달리 완판본은 그 내용이 풍부하고 지역 방언을 활용하여 19세기 이후 전라도 지역의 언어생활을 확인할 수 있어 언어학적 자료로서 그 가치 또한 높다.
  전주는 출판에만 그치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전국의 모든 조선왕조실록이 왜군에 의해 소실되었을 때도 민초들과 유생들이 경기전의 전주사고를 사수하여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내기도 했다. 작품을 통해 전주의 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조선후기. 전주에서 민심이 동요된다는 소문이 돌자 조정에서는 비밀리에 암행어사를 전주로 파견한다. 민심이 동요하는 이유가 방납 비리 때문이라는 제보가 들어오지만, 전주의 토호세력들은 그 이유가 전주에서 인쇄되는 방각본(소설) 때문이라고 몰고 간다. 그 때 한양에서 서책을 찾으러 전주에 내려온 유생 김 환은 전라감영에 근무하는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인 이 설을 만나 소설책을 보게 된다. 오직 성리학만이 따라야 할 길이라 외쳤던 김 환은 이 설과 함께 저잣거리로 들어가 백성들의 삶과 소설 속 이야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뮤지컬 작품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이지미 씨가 연출로 작품을 총괄했고, 2017년 우진문화재단의 창작소리극 사업에 선정된 ‘레디메이드 인생’과 2018년 완주문화재단이 후원한 창작판소리음악극 ‘개구리네 한솥밥’에서 최고의 협업을 보여준 김소라 작가와 배영은 작곡가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극단 두루의 2018년 마지막 창작뮤지컬이기도 한 ‘완판본’은 22일 오후 7시 30분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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