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연구 의의

환경에서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2년 400ppm을 넘어섰고 2015년에는 407ppm으로 세계의 증가속도를 앞지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온도 상승을 2℃ 내로 유지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에서 1차 심리적 저지선을 의미했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다.
정부는 감축 목표를 정해 놓고 법까지 만들어 이산화탄소 발생을 규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을 개선하고, 심지어는 인근 국가와의 국제 공조체제까지 가동하면서 위해성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태양광,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축하려는 시도이다.
정부는 2007년 2.4%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전 에너지 생산의 20%까지 확대시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농업과 밀접한 바이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는 농산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그리고 생산물을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바이오 이외의 신재생에너지가 단순 석탄대체를 통한 이산화탄소 발생 억제 효과를 내는 반면, 바이오는 농작물 생산을 통해 1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2차적으로 석탄을 대체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복합효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대체에너지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오매스 중에서도 케나프는 ha당 건물 32톤 이상일 정도로 최고 수준의 단위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환경 적응성으로 간척지 및 유휴 논 생산이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양이 일반 수목에 비해 3배에서 9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우수연료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농식품 개발과 바이오에너지기술연구실 강찬호 연구팀은 2011년부터 석유류 대체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케나프 생산을 위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간척지 및 유휴 논을 활용해 대량 생산하기 위한 실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찬호 팀장(농업연구사)은 "벨기에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지은 동화 '파랑새'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가난한 나무꾼 남매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와 보니 그토록 찾던 파랑새가 자기 집 마당에 살고 있었다는 내용 이었다"면서 "우리 주변에 항상 있으면서도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케나프가 이제 환경 문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연구 현황

▲케나프 작물의 에너지 소재 활용 적합성 확인

강찬호 연구팀은 케나프 작물이 우수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될 수 있는지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에너지 열량과 연소특성, 그리고 미세먼지 저감 가능성을 분석했다.
말린 케나프 분말 1kg의 발열량이 4,390kcal였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상업용 우드펠릿의 발열량이 4,500kcal인 것을 감안할 때 케나프도 높은 발열특성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에 주로 활용되고 있는 목재펠릿이 거의 전량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케나프의 수입 목재펠릿 대체 가능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케나프는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아주 높은 작물이다. 즉 일본 삼나무에 비해서 7배 높은 이산화탄소 흡수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 식물체에 비해서는 3배에서 9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N. saba 등, 2015).
쌀과 소나무를 비교 대상으로 분석한 강찬호 연구팀 결과에서도 케나프가 3배 정도 높은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산화탄소 감축에 상당히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회분과 질소 함량, 황 함량 등을 비교할 때, 케나프는 미세먼지 1차원인 물질인 회분 함량이 3.4%로 석탄의 1/4 정도이고, 2차원인 물질 중 하나인 황 함량이 석탄의 1/10 정도로 나타났다.
더욱이 케나프는 말린 생산량이 ha당 32톤을 넘길 정도로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충분한 공급량 확보가 가능한 만큼 활용 여하에 따라서 에너지 산업에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면적 생산을 위한 새만금 간척지 생산기술 개발 

에너지 자원 생산은 대면적 생산지 확보가 필연적이다.
우리나라 간척지 면적은 개발되고 있는 것을 합하면 총 13만5,100ha로 국내 경지면적의 9%에 해당한다.
이 중 전라북도에서는 새만금이라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규모의 간척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케나프와 같은 유효 작물을 대량 생산하는 계획이 실현된다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생산을 통한 자급률 확보와 간척지 이용도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간척지에서 일반지의 60% 수준으로 생산된다고 가정하고 계산된 케나프 생산 가능량이 총 263만4,450톤으로, 국내 발전소에서 1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수입 우드펠릿 전량을 대체하는 게 가능할 정도이다.
케나프는 중상 정도 수준의 내염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약간의 간척지 토양 환경 개선을 통해서도 생산성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강찬호 연구팀이 새만금 간척 노출지 542ha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평균 토양 염농도가 11.2dS/m로 높은 편이나, 케나프 생산성을 일반지의 80% 이상으로 유지 할 수 있는 4dS/m(=0.26%) 이하 면적 비율이 44.9%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면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등 생산 환경 개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간척지 생산 전용 재배기술의 개발, 적정 유기물원의 선발, IT 기술을 이용한 정밀 수분 조절 기술 등의 연구, 케나프 에너지 전용 품종의 육성 연구 등이 강찬호 연구팀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새만금에서 케나프의 안정적 생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초본계 에너지 작물 에너지 이용 관련 규제 개선

2014년 농림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용은 가능하지만 전량 폐기되고 있는 초본계 농업 부산물이 연간 890만톤이다. 이는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20% 정도를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반면, 케나프 작물과 같이 계획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 작물의 도입과 국내 생산 기술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자원들을 대체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법령에는 바이오매스를 목재펠릿으로 한정하고 있어 초본계 바이오매스 자원의 에너지 이용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형바이오 연료(Solid Biofuel)에 관한 국제표준 ISO17255와 배치되는 것이다. 국제 표준은 목질계 이외에도 초본계, 과실계, 해양계, 농산물 배합물과 혼합물 등을 고형바이오 연료로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바이오매스의 개념을 확대해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체 가능한 자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바이오매스의 개념을 초본계를 포함한 넓은 범위로 확대 적용해 국내 에너지 자원의 활용성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제 개선안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상태다.
현재 관련 기관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채택 여부에 따라서는 수입 위주의 에너지 수급을 일정 수준 자급화로 전환시키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대 효과

현재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우선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은 기상 및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아 출력이 시시각각 변하므로 공급의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기간에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데도 제한적 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화력발전의 점진적인 감축을 유도하거나 환경에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의 수단 확보가 필요하다.
바이오매스는 생산지와 재배기술만 확보된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의 화력발전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석탄연료 전환(Fuel Switching)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강찬호 연구팀이 케나프의 재배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간척지, 농지 및 수변 구역 등 유휴지를 활용한 케나프 생산 가능량 및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 가능지의 5%를 유휴지로 가정하고 케나프를 생산할 경우 약 240만톤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600MW급 발전소를 가동해 3,150GWh/년(이용률 60% 가정)의 전력을 생산,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507.7TWh, 2017)의 0.6%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강찬호 팀장은 "재배환경 문제로 농업 개발이 지체되고 있는 간척지나 강 수변구역, 그리고 쌀 생산과잉에 의해 늘어나고 있는 휴경지 등에 에너지 작물 케나프를 재배한다면 농민들에겐 추가 소득창출 기회가 제공 된다"면서 "에너지 발전 시설의 주민수용성을 개선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적 관심 사항인 고용창출 효과에 있어서도 바이오매스 산업이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발전은 타 신재생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고용창출 효과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농림업 부분의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에 바이오매스 산업이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에 새로운 동력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과감한 제도 개선과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북 농생명 산업 방향

강찬호 팀장은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동반 한다"면서 "케나프는 국내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았던 작물로,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이 독자적으로 독창적인 연구 방향 및 연구 수단을 확보해야만 했다"고 연구 기간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기준점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에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가 표준이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 많은 전문가들과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연구 영역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특히, 케나프가 전북 농생명 산업에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 파리협정의 체결로 신 기후체제 출범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이 국내외 핵심 어젠다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과 일본의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기술 진보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영국은 바이오매스 전용 발전기 2기를 상업적으로 운용하고 있을 만큼 이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강찬호 팀장은 "우리에게 뒤쳐질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서 "저 오염 대체 연료를 수입이 아닌 생산을 통해 확보하고, 농업은 산업계와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바이오에너지 작물 케나프 활성화에 있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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