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스웨덴에게 아깝게 졌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
께 옹기종기 모여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는데 중요한 첫 경기에서 지고 말았다. 비디오 판독으로 스웨덴에 페널티킥 기회를 허용하여 패배를 했다. 우리나라가 진
것도 아쉬운데 나는 친구들과의 내기까지 지고 말았다. 하지만 내기에서 우리
나라가 이긴다는 것을 선택한 것은 후회가 되지 않았다. 축구 시작 전에 친구들과 내기를 했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기는 것으로, 다른 친구들은 우리나라가 지는 쪽으로 내기를 걸었다. 모두들 나와 반대로 선택 을 했는데 친구들이 분명 내가 아이스크림을 살 거라며 비웃었다. 솔직히 내 선택에 대해 친구들의 주장에 이해는 간다. 객관적으로 피파 랭킹도 낮고 기량도 부족하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더구
나 최근에 치러진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결과는 좋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외신
들도 우리나라가 스웨덴에 참패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나도 그 기사를 보
지 않아도 우리나라가 이기기가 정말 쉽지 않는 경기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이긴다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지난번 동생과 나눈 대화가 생
각나 우리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월드컵을 시작하기 며칠 전 동생과 우리나라 축구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있다. 나는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
라의 16강 진출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신들의 기사도 객관적인 실력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동생은 내게 심한 짜증을 냈다.
진다고 생각하면 지는 거라며 화를 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진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지는 거라면서 내게 심한 핀잔을 주었다. 순간 동생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성적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동생은 감성을 가
지고 자기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오늘 이번 내기에
동생의 이야기가 기억이 나 우리나라가 이긴다고 내기에 걸게 된 것이다.
축구를 보며 내기를 하다 보니 4년 전 월드컵이 기억난다. 당시 우리나라와 벨
기에가 경기를 했는데 그 경기에서도 친구들과 내기를 했었다. 그때에도 벨기에
는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단지 내기
에 이기기 위해 우리나라가 지는 쪽으로 내기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내기에서
는 이겼지만 마음이 찜찜했던 기억이 난다. 나조차도 우리나라 대표팀을 믿어
주지 않고 단순히 이기기 위해 다른 나라를 선택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
이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가게를 갔다. 친구들이 내기에 이겼으니 기분이 좋을 만한데 결과에 대해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4년 전 나처럼 모두 우리나라가 지
는 쪽을 선택한 것에 대한 찜찜해 하고 있었다. 나는 축구 경기를 보는 내내 우
리나라가 이기도록 응원을 했다. 경기 내용면에서 계속 밀리긴 해도 페널티킥
만 없었다면 강팀과 잘 싸운 경기였다. 축구 경기는 잘 한다고 이기는 것이 아
니라 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경기니 만 약 억울한 페널티킥만 없었다면 비겼을
것이다.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다음에 이러한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내기를 걸겠다. 비록 아이스크림 값으로 다소
비용은 지출하였지만 오늘 나의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도 있지만 꼭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 적령기에 배우자를 선택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내가 일할 직장을 선택한다. 또한 수많은 길 중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을 한다. 선택은 꼭 이성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처럼 자신의 바람을 담아 감성적으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기거나 이익을 얻는다고 옳은 선택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
택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모두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도. 배우자를 선택할 나이가 되었다. 지난 번 월드컵 축구 경기처럼 이성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따라 선택을 하고 싶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내가 믿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 오늘 내기 에서 져서 아이스크림을 사지만 마음만은 편할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고 싶다. /김소희(국민연금공단 정보화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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