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가스중독 환자 응급치료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도내 의료기관 중 가스중독치료 장치인 고압산소쳄버를 보유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고압산소쳄버는 뇌에 산소를 공급토록 하는 등 가스중독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다.

도내에서 가스중독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대전 소재 화상 전문병원 또는 전남 목포병원, 전남대병원으로 전원 조치된다. 의료계에선 가스중독 환자의 골든타임을 3시간으로 보고 있다. 대전이나 전남으로 전원 되기까지 1시간여 소요된다.

전국적으로는 국내 22개 의료기관에서 고압산소쳄버를 운영, 이중 다인용 쳄버는 12개로 집계됐다. 전남에서 운영하는 고압산소쳄버는 1인용에 해당한다.

의료계는 해당 장비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연탄 사용 감소에 따른 가스중독 환자 감소와 비용의 문제를 들고 있다.

한 의료기관의 경우 10년 전인 2008년까지 해당 장비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사용을 중단했다. 낡은 장비를 교체하는데 10억원 상당이 소요되고 이를 운영할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탓이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과거에는 연탄 사용 인구가 많아 고압 산소 치료 장비를 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 해 병원을 찾는 가스중독 환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고 답했다.

의료기관이 경제적인 이유로 가스중독 치료를 기피하는 동안 관련법은 응급실 필수 장비에 포함시키지 않아 이를 강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산업재해 등 가스중독 사고, 번개탄 등 가스중독 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오후 6시 40분 전주시 우아동 아파트에서 배모(78)씨 등 일가족 3명, 지난해 6월 22일 오후 5시 10분께 군산시 수송동 경포천 인근 정화조에서 작업하던 임모(54)씨 등이 생을 달리했다.

또 통계청 자살사망원인 통계(2016년)에서 전주 지역 자살사고 가운데 번개탄을 사용한 가스중독이 목맴과 투신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전남대 허탁 교수(의대)는 “경영에 영향 받는 개별 의료기관에 이런 문제를 맡겨둔다면 고압산소챔버의 절대적인 수량 부족과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발생시킨다. 국가와 지역의 정책적인 판단에 의해 고압산소챔버를 보급해야 한다. 새로 보급될 고압쳄버는 다인용이어야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에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압쳄버를 통해 산소를 혈장에 녹여 뇌신경세포에 보내고 조직의 말단부, 상처에 보내 죽기에 아까운 사람을 살리고 불필요한 장애를 줄이는 것은 21세기 복지사회에서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생명의 숨결’이다”고 덧붙였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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