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2019년 새해는 기해년 돼지띠 해이다. 돼지띠는 열두띠 중에서 마지막으로 내년이면 열두띠가 한바퀴 다 도는 셈이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2008년 쥐띠부터 시작하여 지난 18일에  그 마무리를 짓는 돼지띠 특별전을 오픈하였다.
기해년은 60간지 중에서 36번째이다. 60간지는 하늘의 이치를 담은 10개의 천간(天干)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기ㆍ경ㆍ신ㆍ임ㆍ계’와 땅의 기운을 담은 12개의 지지(地支)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미ㆍ신ㆍ유ㆍ술ㆍ해’를 한자씩 조합해 만든 것이다. 1959년 기해년생은 내년이면 60간지가 한바퀴 돌아 환갑이 된다.
기해년을 돼지띠라고 하는 것은 ‘해(亥)’가 돼지이기 때문이다. 60갑자 중에 돼지띠는 을해년,  정해년, 기해년, 신해년, 계해년 등 다섯 해이다. 기해년을 특히 황금돼지해라고 하는 것은 ‘기(己)’자가 오행에서 흙의 기운을 담은 노란색을 뜻하기 때문이다.
근래에 간지의 앞 자, 즉 천간이 뜻하는 오행의 색을 따서 띠동물 앞에 붙이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갑ㆍ을’은 청색, ‘병ㆍ정’은 붉은색, ‘무ㆍ기’는 황색, ‘경ㆍ신’은 백색, ‘임ㆍ계’는 흑색이다. 그래서 며칠 남겨 놓지 않은 2018년 올해 무술년도 황금개띠해이다.
돼지가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은 재물이다. 이에 연유해 돼지꿈은 길몽이다. 용꿈이 권력이라면 돼지꿈은 재복이다. 돼지그림이나 돼지코는 번창의 상징이나 부적으로 이용되었다. 장사꾼들에겐 ‘정월 상해일(첫 돼지날)에 장사를 시작하면 좋다’는 속신이 있다.
궁중에는 상해일(上亥日) 풍속이 있다. 상해일은 새해 첫 번째 돼지날로 임금이 곡식을 주머니에 넣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다.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이 주머니를 궁낭(宮囊), 해낭(亥囊)이라고 하며, 비단으로 둥그렇게 만들었다.
돼지는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습성이 있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단어의 ‘저(猪)’자가 ‘돼지 저’자로 돼지의 이런 습성에 나온 말로 여겨진다. 돼지가 저돌적으로 덤벼들면 호랑이도 당해내기 힘들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대표적 희생물이 돼지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고구려 유리왕 때 제물로 쓸 돼지가 달아나 난리가 난 적이 있다. 돼지는 이래저래 사람과 참 가깝다. 먹을 것을 주고, 희망을 주고, 희생을 대신한다.
돼지는 뱀의 천적이다. 뱀은 살모사가 물어도 끄덕하지 않을 정도로 뱀과 상극이다. 그래서 뱀혈인 마을 입구나 사찰 입구에 돼지상 한 쌍을 세워 마을의 우환이나 화재를 막기도 하였다.
돼지가 인간에게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2천 여년 전 부터로 추정된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부여 관직으로 “마가ㆍ우가ㆍ저가ㆍ구가”가 나온다. 저가(猪加)는 곧 돼지에서 따온 벼슬명이다.
돼지는 흔히 더러운 짐승으로 여겨진다. 돼지우리는 지저분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실은 돼지가 영리할 뿐 아니라 소나 닭보다도 깨끗하다고 한다. 돼지우리가 더러운 것은 땀샘이 발달하지 못하여 체내의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한편, 돼지는 탐욕스럽고 더럽고 미련한 동물로 묘사된다. 기독교의 구약성서와 이슬람의 코란에 돼지를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금기하고 있다.
돼지띠 인물로 우리 지역과 관련되어 후백제 견훤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를 꼽을 수 있다. 고구려 동명성왕, 통일신라 태종무열왕, 광해군, 고종비 명성왕후, 이승만대통령 등도 돼지띠이다. 돼지띠는 대체로 진솔하며 겉은 거칠어 보여도 속은 따뜻하다고 하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하다고 한다.
2018년이 아직도 낯선데 2019년이 벌써 코앞에 와있다. 2019년 기해년 돼지해, 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우리네 살림살이도 나아지기를 바라며, 새해 벽두 돼지꿈 꾸고 운수대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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