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사회적기업 섬진강 이사

지난 1997년과 2002년에 이어 두 번의 보수정권 이후 2017년 장미대선을 통해 세 번째 민주정권이 들어선지 1년7개월여가 지났고, 새로 시작되는 기해년은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드는 해이다. 민주정권이 처음 출발하던 1997년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을 훌쩍 지나왔지만 당시 美뉴욕 타임스지 보도는 그날의 대선결과를 혁명으로 표현했다. 또한 두 번째 집권을 이루었던 당시의 모든 언론은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미동맹의 문제 등을 새 정부의 주요과제로 다루었다. 돌이켜보면 20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혁명적 정권교체와 북핵문제 그리고 한미동맹 이상 3가지의 키워드는 2017년에도 통용되었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긴 시간동안 우리 정치는 무얼 하느라 대한민국의 명운을 쥐는 키워드가 수십 년째 지속되는 것일까. 2007년 대선이후 당시 정권탈환에 성공한 보수진영은 연일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며 민주정권 흔적지우기와 업적 깎아 내리는 일에 몰두하였다. 민주정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대선에 정권을 가져온 후 민주당의 새로운 대표는 20년 장기집권으로 역사를 거스를 수 없도록 하겠다며 지난 보수정권의 그늘만을 강조하였다. 보수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수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정당의 숙명이니 상호간 ‘견제와 감시’는 피할 수 없다지만 본질을 왜곡해가면서까지 ‘음해와 비난’으로 변질된 정쟁을 이어가는 것은 국가가 가야할 역사의 행보를 더디게 할 뿐이다.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 6급 수사관의 일탈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비리를 저지른 이가, 이를 덮고자 공무상비밀에 해당하는 온갖 정보를 언론사에 흘린 뒤 본인이 마치 비리정권의 피해자인양 행세하며, 나쁜 정권의 거악에 맞선 정의의 수호자로 이야기를 짜 맞추고자 했다. 여기에 보수정당에서는 정부여당을 당혹케 할 공격의 계기로 삼고자 여당정치인들의 비리문제와 민간인사찰의혹으로 까지 그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을 엮어 보려던 무리수가 들통이 나며 김 수사관의 계획은 무위로 끝날 듯하다. 이미 대검 감찰본부는 청와대의 징계 요청과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마치고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징계위에 요청한 상태이다. 도로공사 문제는 오히려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켜 민주정부에서 공기업의 운영방침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보수정권에서 공기업은 평가지표의 비중을 수익과 효율성에 맞춘 반면 민주정권에서는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가령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휴지 문제를 두고 볼 때 보수정권이 매각을 통한 부채상환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이는데 집중하였다면 민주정권은 주차장활용 및 주민주도형 수익모델 무상임대 등 공사를 통한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길게 늘어서 있는 주유대기차량, 청년창업 EX반값커피, 29누들코너 등은 에너지와 일부 식품시장의 가격상승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와 감시’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견제와 감시’가 ‘음해와 비난’으로 변질되는 순간 그 사회는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역사의 행보를 더디게 하고 만다. 이번 고속도로공사 커피자재 납품 특혜의혹 역시 휴게소 해당분야 기득권시장의 반작용이 건전한 ‘견제와 감시’가 아닌 ‘음해와 비난’으로 변질된 결과였다. 공기업이 운영방침을 세워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은 추진과정에서의 반작용이 ‘음해와 비난’으로 변질되는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상책이기도 하다. 집권3년차에 접어드는 민주정권은 남북문제, 미중일과의 관계,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 등 2019년 우리나라가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수십 년 지속되어온 키워드가 10년 20년 뒤까지 통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견제와 감시’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며 ‘음해와 비난’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는 것 역시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기관에서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첫 번째 민주정권을 수립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생을 되돌아보며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지난해에도 새해에도 앞으로 발전해 가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