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

오피니언l승인2019.01.07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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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교통 신호를 어겼다. 직진 신호등이 아닌 좌회전 신호에 그대로 직진해 버렸다. 물론 신호 체계를 알고 있어 좌회전 차가 없는 것을 보고 통과한 것이다. 출근 시간이 조금 늦은 듯해서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놀라운 것은 내가 법규를 어겼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사고 없이 통과한 것이 왠지 뿌듯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찌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내 기억으로는 차량이 붐비는 아침에 이런 신호 위반은 처음이라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상식으로 돌아가는 사회라고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 책을 볼 때는 그러려니 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다른 사람도 동의를 하면 상식이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괜한 상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오늘의 상식이 내일의 상식이라는 보장은 없다. 문제는 오늘의 교통 신호 위반으로 인해 앞으로 나는 좌회전 신호에 직진하는 차를 보며, 뭔 사연이 있겠지 하고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나의 상식은 이런 경험이 쌓여 너그러워져 현실과 타협하는 사이, 상식의 정의는 모호해지고 세상도 나도 이상적인 사회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 계약을 할 때나 은행일을 볼 때 수십 장이나 되는 깨알 같은 약관을 보며 도대체 이 많은 조문들은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늘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나의 행동은 교통 신호 위반이라는 경험 하나를 늘렸다. 이 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사람들을 비방하면서 한번도 내가 그 비방의 대상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이런 때 쓰는 말인가 싶다. 사람들은 각자 마음의 창을 가지고 있다. 그 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 창은 비슷한 것 같으나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 성격, 지식, 감성, 경험이 모두 다르니 어찌 보면 같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재미있는 것은 은연중의 그 사람의 언행을 보면 마음의 창을 엿볼 수 있다. 쉬운 예로 직장에서 업무 중에 빈자리를 보고 어떤 사람은 그가 자리를 비우고 땡땡이를 치러 갔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업무 회의를 갔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경험치가 묻어 나와 타인의 행동을 본인의 행동에 투영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나 할까! 매일 아침 세수를 하고 화장품을 바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지만, 정작 마음의 창의 상태는 별로 생각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나는 항상 남이 혼탁하게 만들어 놓은 사회의 약자라고 생각했고, 행여나 주차위반 딱지를 받게 되는 날은 재수없게 걸렸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내 마음의 창에 생채기를 낸다. 그 생채기가 세상을 뒤틀리게 보게 되어 나의 상식은 그 근본을 찾을 수 없게 되는 악순환으로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누군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혼탁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로 각자 자신의 몫이다. 내가 바뀌면 내 주변 사람들이 바뀌게 되고, 그 주변 사람들이 바뀌면 또 다른 주변사람들이 바뀔 것이다. 선각자가 한 말이 아니더라도 믿음이 간다. 내가 조금만 이기심을 버리고 원칙을 지키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싶다. 나를 바꾸는 첫 번째 시작은 마음의 창 보수작업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먼저 내 아집과 이기심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쪽 방향으로 고정된 창을 여러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볼 수 있게 회전판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생채기가 너무 깊거나 넓어 혼자 수리하기 힘들면 기술 좋은 수리공이라도 고용해야겠다. 또 귀찮더라도 지금 나의 마음의 창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다른 생채기는 생기지 않았는지 수시로 창문의 상태를 확인도 해야겠다.
앞으로 화창한 날에는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 기분 좋게 같이 창문 청소를 하고, 기분 우울한 비오는 날에는 서로의 마음의 창은 안녕한지 안부도 물어보며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
  /이국호 국민연금공단 정보화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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