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갇혀 살던 코끼리가 죽어서까지 전시될 위기에 놓였다.

전주시는 교육 자료화라는 미명 아래 생명에 대한 존엄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전주시는 전주동물원에 입식 중이던 코끼리 ‘코돌’이 폐사와 관련한 브리핑을 갖고, 향후 활용 방안으로 골격 표본화를 발표했다. 골격 표본화는 척추동물의 장기를 모두 제거하고 골격만으로 표본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 사체는 골격 표본화와 달리 대게의 경우 환경업체를 통해 소각처리 된다.

골격 표본화 안에 따라 전주시는 20일 코끼리 폐사 뒤 동물 사체를 전주동물원 코끼리사 인근에 매장, 사체의 살이 썩어 뼈만 남는 육탈이 진행된 5년 뒤 이를 들춰 골격 표본을 수습할 계획이다.

또 코끼리 골격 표본이 제작되는 데로 차후 건립될 방문자센터에 전시할 예정이다. 방문자센터에는 전주동물원이 군산 철새도래지에 위탁 관리하는 철새 박제 16종 18점도 함께 전시한다는 전주시 구상이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골격 표본 등 교육 자료로의 활용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건물을 세워 골격 표본을 전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동물복지단체 카라는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골격 표본화를 지적, 학술적 가치 판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물복지단체 카라 관계자는 “동물의 장례는 생명으로서 존엄과 관련된 문제다. 물론 멸종위기종 등 후세에 남길 필요가 있는 경우 골격 표본화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코끼리도 그에 합당할지 의문이다. 전시 또는 과시의 목적이 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동물 골격 표본화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참고래다. 당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참고래가 멸종위기종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참고래는 지구상 동물 중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몸집을 지닌 대형 포유류로, 2000년대 들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14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랐다.

한편 코돌이는 이 같은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0일 오전 11시께 전주동물원에서 폐사했다. 1990년생으로 베트남에서 포획돼 용인 에버랜드와 대전동물원을 거쳐 2004년 6월 18일 전주동물원에 입식했다.

코돌이는 사육되는 동안 같은 장소를 왕복하는 등 정신질환 중 하나인 정형행동을 보여 왔다.

좁은 방사장, 기후 등 베트남 야생 환경과 달라 그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전주시가 2015년 해외전문가를 초청해 합동진료를 실시한 결과 △방사장 콘크리트 바닥 제거 △그늘막 설치 △온수로 설치 등의 의견이 제기, 시는 이를 받아들여 2017년 관련 조치를 취했다.

또 코돌이는 부검에서도 양쪽 앞발염증, 발바닥 패드 손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등 그간 질환도 앓아왔다. 해당 질병은 코끼리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2011년 3월 2일 최초 쓰러진 이후 2011년 4월 8일, 2018년 10월 14일 두 차례, 2018년 10월 28일, 2018년 12월 16일, 2019년 1월 19일 등 모두 7차례 쓰러졌다.

전주동물원 관계자는 “올 1월부터 식욕감퇴에 따른 사료섭취 급감 및 전신활력 저하 증상을 보였다. 이번에도 크레인을 동원해 기립시키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폐사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1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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