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이 일반인보다 근골격계통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더 많이 앓고, 의료비용도 4배 이상 더 지출한다고 한다. 농업을 직업군으로 삼는 이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더 많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은 당연하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를 평생 반복하는 농작업 특성상 무릎·허리 통증을 비롯한 근골격계통 질환 유병률이 타 직업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강대웅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가 국회도서관에서 발표한 농업인 질병관리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근육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유병률은 농업인이 60.8%로 일반인 52.2%보다 8.6%p 높았다. 순환기계통 질환 유병률 역시 농업인이 47.1%, 일반인은 37.3%로 격차가 컸다. 이밖에 호흡기계통 질환, 소화기계통 질환 등도 농업인 유병률이 높았다. 그런데 의료비용에서도 농업인이 지출하는 비용이 일반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척추병증 및 기타 등병증'으로 인한 총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부담금의 경우 농업인이 41만5,665원으로 일반인 8만6,926원보다 4.8배 많았다. '관절증'도 농업인(34만8,765원)이 일반인보다 4배 많았다. 다른 증상 역시 농업인이 훨씬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의료비용의 차이는 질환의 심각성 차이에서 비롯됐다. 아파도 바쁜 농사일 때문에 집에서 병을 키우다 뒤늦게 병원을 찾으면 증상이 심해 병원비가 급증하는 것이다. 농업이 건설업·광업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3대 위험산업으로 꼽히는데, 농업인들은 직장인처럼 매년 건강검진을 받기 어렵다. 치료가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국가가 나서 농업인을 위한 특수건강진단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업적 특성상 각종 질병의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 건강검진의 필요성이 오히려 높은데도 건강검진 수검률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여성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각종 질병의 유병률이 높아 일반 건강검진이 아닌 특수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소음·분진·화학물질 아래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성 질환을 예방하고자 사업주가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이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없는 농업인의 경우는 국가와 지자체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만 한다. 일반 건강검진 외에 농작업 활동과 관련된 질환으로 특수검진 대상을 정하면 된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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