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학부모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야기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연기’가 현실이 됐다. 개학연기 첫날인 4일 전국사립유치원 3875곳 중 6.2%인 239곳 만이 개학을 미룬 것으로 확인돼 우려됐던 심각한 ‘유치원 대란’은 없었다. 전북지역에서도 다행히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없었다.
그러나 전국의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갑작스런 ‘개학연기투쟁’에 큰 혼란을 겪었다. 개학전날 밤중에 문자를 보내 개학연기를 통보한 유치원도 있어 한밤중에 긴급 돌봄을 신청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출근길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경우도 있었다 한다.
시도에 따라 수십 곳 이상 유치원들이 개학을 미룬 상태라 이들 지역 유치원에 어린이를 맡기고 있는 학부모들의 고통은 상상이상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개학연기도 준법투쟁이라는 한유총의 실력행사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유치원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상실한데 따른 정부조치에 반발하는 행태에 대해 학부모들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물론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유총의 집단행동이 예고됐음에도 정부가 해결에 대한 의지보다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립유치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학부모가 희생될 수도 있는 잘못된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은 분명 막아야 한다. 지금 고통스럽더라도 더 이상의 불법과 부조리가 판치지 못하도록 썩은 부분은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는데 빠른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교육부가 집계한 개학연기와 무응답유치원 486곳 중 75개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이었다고 하지 않은가. 일단 정부와 여당의 원칙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부가 이날 긴급담화를 통해 대화와 타협이 아닌 조속한 개학연기 철회를 촉구한데 이어 서울시 교육청은 개학연기철회여부와 관계없이 한유총법인 취소를 결정했다. 일부 유치원들의 불법행동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통해 더 이상 아이들이 흥정의 수단으로 전락토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불법적인 행동을 근절시키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나라 돈 투명하게 쓰도록 감시체계강화한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원칙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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