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유도 선수 성폭행 고소사건을 맡은 검찰이 해당 사건을 사실상 그루밍에 의한 성범죄로 판단,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고교 유도부 코치를 구속기소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전직 고교 유도부 코치 A씨(35)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8월과 9월 사이 당시 만 16세로 고교 1년생에 불과한 신유용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당해 7월 신씨를 상대로 입맞춤하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신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폭력이나 협박이 아닌 교제에 의한 것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당시 신씨가 성폭행 피해를 유도 코치와 유도 선수 등에게 호소했던 것을 확인, 신씨의 주장에 무게를 뒀다. 성인인 코치와 미성년자인 고교 선수의 절대적 지위에서 그루밍에 의한 성범죄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을 포렌직해 대화내용과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하고, 참고인 14명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가 신씨의 고소 이후 모두 삭제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A씨가 참고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내역도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신씨가 지난 1월 한 언론을 통해 “2011년부터 5년 동안 A씨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심석희 선수에 이어 신씨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로 체육계의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체계 문제가 공론화됐다.

신씨의 사건에서도 ▲유도계의 지나친 신체적 체벌 ▲코치와 유도부원 사이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체계 ▲코치의 절대적 지위로 인한 성폭력 가능성 존재 등이 일부 확인됐다는 게 수사를 담당한 검찰 설명이다.

이선봉 군산지청장은 “신씨는 고교 졸업 이후 유도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한 채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는 등 경제적 곤란과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등 범죄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재판 과정에서도 공소사실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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