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파가 남긴 아프고 슬픈 기억을 되새기며, 현재의 시간과도 맞물려 있는 군산의 풍경을 기억하는 전시가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19일부터 6월 2일까지 여는 ‘바람 부는 날은 장미동에 간다’전이다.
   ‘바람 부는 날은 장미동에 간다’전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군산의 ‘장미동(藏米洞)’을 주제로 근대의 역사적 상흔과 현재의 군산 풍경을 현대미술로 제시한 전시로 2관~4관에서 진행한다.
  올해는 군산 개항 120주년을 맞는 해이다. 전라북도 군산은 일제식민지 조계지로 쌀 수탈의 대표적 장소였다. 지금도 일제강점기 상처와 그늘이 오롯이 녹아있는 근대문화유산이 있다.
  이번 기획전은 군산을 주제로 미술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상처를 되짚고, 기억해서 담아내고자 했다. ‘바람’은 제국주의 욕망’을, ‘장미동’은 군산항을 통해 쌀을 수탈한 기표로서의 공간특성을 의미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00년대 사진으로 당시 시대를 담았고, 현재 군산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미술인들과 군산 레지던시에 체류하면서 이방인으로서 현재의 군산을 바라본 작품을 통해서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두 개의 관점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고보연(설치), 구샛별(회화), 김영경(사진), 김종희(설치), 서홍석(회화), 신석호(설치), 조은지(영상) 7명이 펼친 회화, 설치, 영상작품 70점이다.
  제2전시실에서는 김영경이 군산 신도시의 개발과 거주환경 변화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원도심의 풍경을 포착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백릉 채만식의 ‘탁류’를 읽고, 기생인 행화에 관심을 가진 조은지가 군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또 행화의 얘기를 소리꾼이 즉흥적으로 불렀다.
  제3전시실에서는 고보연이 버려진 의류와 천들을 접합하고 바느질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존재감이 약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삶을 표현했다. 김종희는 군산의 역사와 경제적 욕망, 문화적 욕구가 복잡하게 뒤엉켜 변화되고 있는 군산의 아이러니한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의문들을 삶의 불안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제4전시실에서는 신석호, 서홍석, 구샛별의 작품이 전시된다. 신석호의 ‘버팀목’은 일상을 사는 미술가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는 현실과 그것에 편승하는 관행적 방식에 대한 예술적 발언이다. 서홍석은 한지 위에 목탄 드로잉으로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후벼서 짓이겨 놓았다. 더불어 ‘초혼가’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위로하고 위로받았던 굴곡진 이 땅의 역사를 표현했다. 구샛별은 신흥동 절골길을 그렸다.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이 떠나간 뒤, 흉물스럽고 쓸쓸한 모습으로 드러난 흔적들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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