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하고 반성할 것이라는 일말의 바람은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뻔뻔함에 치가 떨립니다.”

“16살 신유용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였습니다.”

지난 1월 고교시절 코치로부터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전 유도선수 신유용(24)씨와 그의 변호사 이은의씨가 4일 첫 공판을 방청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신씨는 전북 지역 한 세차장에서 남의 차를 닦아가며 홀로 4남매를 양육한 모친 밑에서 둘째로 나고 자랐다. 궁핍한 가게 탓에 신씨는 고교시절 생계와 관련된 지원금을 받아야 했다.

당시 유도부 코치였던 손모(35)씨는 가정에서의 돌봄이 미치지 못했던 신씨의 처지를 악용해 속칭 ‘따까리’로 부르며 폭력의 대상으로 삼았다.

손 코치는 ‘단무지’라 불리는 파이프를 학생들에게 무차별 휘둘렀고, 그중에서도 신씨에 대해 체중관리를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력을 일삼았다.

그의 지도를 학생들이 거부하는 날에는 단체기합이 이뤄졌으며, 선수들의 외출과 외박은 모두 손 코치의 허락이 요구됐다.

일상화된 폭력으로 손 코치는 학생들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를 선점했고 학생들은 사실상 그의 지시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사건이 불거진 날도 손 코치는 청소 기상 등을 이유로 자신의 숙소에 신씨를 불러 세웠으며, 지위와 위력을 앞세워 추행하고 관계를 가졌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신씨는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고발하던 지난해 여름 류마티스 질환이 발병돼 현재도 입원 중에 있다. 스테로이드 약물치료와 함께 낮에는 학업,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병원에선 신씨 가족에 자가면역질환 발병자가 없는 등 유전적 요인이 없음에 따라 스트레스가 류마티스 발병에 상당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신씨는 “지금은 무기력하지만 손 코치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힘을 내고 있다”면서 “앞으로 증인석에도 서게 될 것인데 최선을 다해 기억을 떠올리겠다. 그럴 각오가 됐다”고 밝혔다.

신씨 변호인 이은의씨는 “교사 코치 감독 등 아동청소년에 대한 피감독자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다. 구조상 피해자의 즉각적인 대항을 요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서 “손 코치는 이를 악용해 연인 관계에 있었다는 위험한 사고를 하고 있다. 강제추행 이후 사랑이 싹텄다는 납득하기 어렵고 이상한 주장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교 유도부 선수 성폭행 사건 첫 공판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해덕진) 심리로 열렸다.

이날 법정에서 손 코치 측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인정한 반면, 강간의 혐의에 대해선 ‘연인관계에 의한 자연스러운 관계’라 주장하며 부인했다.

이날 손 코치는 자녀 양육과 경제상의 이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신청했다.

방청석에 있던 신씨는 손 코치가 입장하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했으며, 보석 불원의 의사를 전달하는 변호인의 말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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