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춘시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동부에 위치해 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한, 중국, 러시아 삼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인구 25만 명 중 조선족이 42%로 조선족 분포가 비교적 높은 곳이다. 북한의 나진, 러시아 하산을 잇는 유라시아대륙철도가 통과하는 곳이 훈춘으로 한국의 여러 지자체와 기업들이 경제협력 및 진출을 꾀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월 또는 6월에 한 차례씩 중국 훈춘시를 방문한 사진작가 엄상빈,
  ‘4.27 판문점선언’ 이후, 20여 년 전 그 때의 두만강을 떠올리며 필름을 꺼내 스캔작업과 글 작업을 하는 내내 ‘지금의 훈춘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변하기는 했을까?’로 궁금증을 키우다가 지난해 9월 연길행 비행기에 올랐다.
  28일부터 전주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열리는 엄상빈의 ‘두만강변 사람들’은 이때의 기록이다.
  지난 2000년 4월 28일, 속초시와 러시아 자루비노를 잇는 뱃길이 열렸다. 이 ‘백두산 항로’가 열림에 따라 속초시는 중국 훈춘시와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으며, 간단한 무역을 하는 상인, 여행객, 그리고 두 도시 간 문화예술교류를 위해 문화예술인들도 오고 가기 시작했다. 작가도 이 때 훈춘을 방문했다.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문화교류사업의 기록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에 이동하면서 또는 일정을 마치고 훈춘시 공무원들이나 촬영가협회 회원들의 안내로 두만강변, 시장, 농촌마을 등을 둘러보면서 담은 아주 일상적인 모습들이다. 한 조선족학교를 방문했을 때 보게 된 도시락 장면은 1960년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가슴이 뭉클했다. 또 어느 날 차로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힐끔 보게 된 간판의 글귀 하나는 아직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바로 ‘새각시혼사방’이었다. 당시의 우리 식으로는 ‘ㅇㅇ웨딩샵’, ‘ㅇㅇ스튜디오’였어야 마땅할 상호인데 아직 우리말과 정서가 살아있는 연변이 고맙게 느껴졌던 기억이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현재 훈춘은 변했다. 연길에서 훈춘 가는 교통편도 고속도로나 고속열차가 일상화 되었다. 인력거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삼륜차로 바뀌어 경쾌하게 달린다. 죽죽 들어선 고층 건물과 넓어진 도로는 물론이고 깨끗해진 환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동차들도 넘쳐난다. 삼국경이 맞닿아 있는 방천으로 가는 길은 옛 흙길을 2차선 포장도로로 확장한 이후 다시 4차선 도로로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다. 훈춘이 유라시아대륙철도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주목 받고 있음이 한눈에 읽혀진다.
  “두만강, 농촌마을, 시장, 학교 등 동포들이 사는 평범한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말, 글, 음식, 문화까지 같으니 외국이라기보다는 함경북도 어디에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두만강 가에서 지척으로 보이는 북녘의 산하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늘 가슴 아팠다. 남북통일의 시대에서 편한 마음으로 두만강을 볼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란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1980년부터 20년간 속초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퇴직 후에는 상명대학교 등에서 사진을 가르쳤다. 민예총 강원지회장,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 운영위원,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북사진문화교류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열린다. 작가와의 대화는 31일 오후 4시.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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