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공간에서부터 1960년대 초반 당대의 한국음악 대가의 연주가 복각음반으로 복원됐다.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은 2016년 개원 30주년 기념으로 시작한 보존 자료의 복각음반 ‘풍류방의 명인들’ 제작을 4년에 걸쳐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
  복각 음반 ‘풍류방의 명인들’은 2016년부터 매년 1편씩 모두 4편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풍류방의 명인들 1-송영석의 판소리와 신쾌동의 거문고산조’를 발매했다. 녹음자료 중에서 음악사적으로 중요하고 음질이 양호한 것을 먼저 선별하여 2장의 CD로 발행하였다. 이 음반을 통해 송영석의 이동백제 적벽가의 면모와 창작판소리 역사가인 ‘충신곡’을 통해 당시 열사가류의 다양한 층위와 신쾌동 거문고산조의 변화과정과 거문고병창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2017년에는 ‘풍류방의 명인들 2-서진구락부의 가진회상과 정경태의 가곡시조’를 발매했다. 이 자료는 영산회상 계통의 기악곡이나 가곡시조 등 풍류음악과 여러 명인들의 산조, 판소리 등이 수록되었다. 특히 영산회상 계통의 음악은 서봉 선생이 직접 연주하거나 악보를 만든 것으로 서봉 선생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2018년에는 ‘풍류방의 명인들 3-산조·삼현·시나위·풍류’를 발매했다. 오늘날 활동하는 명인들의 스승들인 한주환, 김윤덕, 신쾌동, 신은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료들이 수록되었다. 특히 한주환의 독주 시나위 ‘도살풀이’와 삼현 ‘굿거리’와 삼현 ‘타령’은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이다. 또한 김윤덕이 자신만의 산조를 완성하기 직전에 정남희의 제자로서 그리고 강태홍의 계승자로서 스승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을 수용한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신쾌동이 연주한 풍류음악이나 산조의 명인으로 유명한 신쾌동과 영남지역의 풍류명인인 신은휴의 다양한 풍류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실증적 자료로서 가치가 있었다.
  올해 마무리한 ‘풍류방의 명인들 4-판소리와 기악’은 전라북도 판소리의 지킴이였던 홍정택의 판소리와 단소명인으로 이름을 날린 전추산의 풍류와 산조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민속악의 명인들이었던 박대성, 한갑득, 한일섭, 박종선의 아쟁산조, 시나위, 새납 독주 등이 수록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인들의 젊은 시절 연주를 회상하며 들어볼 수 있다.
  복각 음반 원본 녹음자료는 허병천씨가 1990년대 초반에 전라북도립국악원에 기증한 것.
  허병천씨의 부친은 진주 출신 기업가로 진주의 백화점인 문성당(1927)을 설립하였으며, 1938년에는 처남인 고 이병철 회장과 함께 삼성상회를 창립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봉 선생은 사업에서 은퇴한 후 대구시 동촌 금호강변에 금호정을 짓고 국악동호회를 만들어 풍류음악을 즐기면서 당시의 경향에 유명한 국악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연주를 즐기기도 하고, 여러 명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봉 선생은 녹음기가 흔치 않던 해방공간에서부터 1960년대 초반 대구 금호정에서 당대의 한국음악 대가들을 초청하여 함께 풍류를 즐기면서 녹음한 20여개의 릴 테이프로 남겨놓았고 허병천 씨가 도립국악원에 기탁하게 됐다. 이 녹음자료는 해방이후의 공백을 메울 중요한 기록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평가받고 있다.
  원본 녹음자료는 전문가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라서 부분적으로 음질이 좋지 않은 것이 많았지만, 최대한 원본의 음질을 복원해낼 수 있도록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복각되었다. 또한 서지적인 기록도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전문가의 연구진행으로 자세한 음악적 내용과 연주자가 밝혀졌고 그 가치도 드러나게 되었다. 
  이태근 전라북도립국악원장은 “보존자료 복각음반 시리즈‘풍류방의 명인들’을 발매하여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보존자료 복각음반 시리즈 사업을 계속 진행하여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자료들을 계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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