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의병장 조경남 장군을 모신 의충사의 묘역 정비와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원시의회 손중열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제23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소중한 역사현장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의충사 묘역정비와 환경개선에 정성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조경남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의병을 일으켜 남원 주천과 이백, 운봉을 비롯해 함양과 산청, 구례, 하동 등지에서 수많은 왜적을 무찌르며 양민 보호와 왜적의 호남 진출을 저지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한, 1582년부터 1638년까지 57년 동안 국내외 정세와 의병활동 상황, 시대상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난중잡록’을 저술했다. 난중잡록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귀중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조정에서 선조수정실록을 엮을 때 사료로 참고하고자 난중잡록을 빌려다 인용하였다고 하니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난중잡록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07호로 지정돼 있으며, 조경남 장군을 모신 의충사는 이백면 초촌리 산 140-1번지에 위치해 있다. 묘역은 8174㎡로 사당 1동, 삼문 1동, 강당 2동, 관리사 1동, 홍살문 1동 등의 시설물이 있다.

의충사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난극복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35사단과 결연하여 신병교육대를 ‘조경남부대’로 명명하고 장병교육과 정기적인 현장답사 및 참배가 이뤄지고 있다.

난중잡록은 전란사 연구의 필수과목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어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와 학도들의 의충사 방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춘향전과 관련해 국문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자주 방문하고 있으며, 특히 경북 봉화와 영주 지역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의충사의 관리상태를 보면 과연 우리 남원이 역사의 산실인지 의심스럽다. 담장은 철조망으로 허술하게 되어 있으며 묘역과 사당은 노후화된 상태로 손길이 닿은지 오래다. 경계석이나 바닥은 근래에는 볼 수 없는 시멘트 제품으로, 깨지고 파여있어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번듯한 조경수 한그루, 잔디조차 없는 곳에 조경남장군과 난중잡록을 모셨다 하기에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다행히 지역 유림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245분이 모여 ‘의충사수호관리위원회’를 조직해 묘역관리를 하고 매년 10월 9일 향사를 봉행하고 있으나 재원부족으로 빛이 나지 않고 있다.

소중한 역사현장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의충사 묘역정비와 환경개선에 정성을 다해주길 당부드린다.

남원시의회에서도 ‘역사와 문화재연구회’를 구성해 최근 경남과 남원의 문화재 관리실태를 수차례 비교·점검한 바 있다.

손 의원은 “남명 조식, 일두 정여창, 옥계 노진 등 영남학파 거유들의 정신이 절절히 전해져오고 문화재들이 잘 보전·관리되고 있어 거듭 부끄럽고 부러웠다”며 “이환주 시장과 남원시는 이제부터라도 남원정신 선양과 문화재 관리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