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소리와 연출, 음악이 전북도립국악원 대표작품을 만들어 냈다.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제52회 정기공연 ‘만세배 더늠전’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청작으로 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전당 연지홀에서 공개됐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수탈지였던 군산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판소리 다섯 바탕의 ‘더늠’을 모두 14개 장면으로 꾸몄다.
  군산 미선공들의 파업, 옥구 이엽사 농장 소작쟁의, 전주~군산을 잇는 전군가도 건설, 독립투사 이종린의 귀국기, 태평양전쟁에 끌려간 위안부와 징병 등을 통해 민족의 아픔을 어우르는 동시에 춘향가. 심청가 등 우리 판소리의 멋과 맛도 충실히 살렸다.
  회전 무대로 만들어진 만세배는 장면에 따라 평면을 역동적으로 바꾸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었다.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조명과 영상은 극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주요 역할을 하면서 밋밋할 수도 있는 무대를 보완했다.
  일제가 못 부르게 하는 우리 소리를 맘껏 불러보자는 최진사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큰 얼개에서부터 장면별로 전군가도, 미선소, 이엽사 농장, 위안부, 징용, 징병, 귀향, 김칫국 등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치한 작가의 역량도 두드러졌다.
  특히 창극단원 개개인 소리의 장점을 살린 배역은 신의 한 수. 주연이 모든 단원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는다. 한명이 여러 역할을 돌아가며 다양한 개성으로 각 인물들을 묘사하고 표현해내는 구성은 전국 최고의 실력을 갖춘 도립국악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6월 모든 창극단원들이 참여한 ‘소리열전’ 공연을 3일간 지켜보고 단원 각각에 어울리는 역할을 담아낸 고선웅의 힘은 최상의 재료를 일품 요리로 만드는 최고 요리사의 그것이다.
  전체적으로는 극을 이끄는 도사공 역의 김세미와 최진사 역의 고양곤도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며 중심을 잡아나갔다.
  전통적 판소리 어법의 선율과 장단을 바탕에 두고 한승석과 김성국이 만든 곡도 박수를 받았다. 단 한 번의 도돌이표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긴 작품이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낸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원의 실력과 권성택 관현악단장의 지휘도 더불어서 박수를 받아야 한다.
  ‘도립국악원 창극단에서 최소 지난 10년간 이런 작품은 없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많은 박수를 받은 작품이지만 주문사항도 있었다.
  무대를 회전하는 만세배와 적절한 영상으로 보완했다. 하지만 좀 더 풍성한 볼거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중간 중간 창극단원들의 수준 높은 춤사위가 펼쳐졌지만 무용단이 출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다. 창극단 정기공연에 예술단 3단 가운데 하나인 무용단이 스스로 빠진 문제는 꼭 되짚어 볼 문제다. 
  또 하나 큰 흐름에서는 어렵지 않을 장면들이만 잠깐 한 눈을 팔면 극 흐름을 이해하는데 조금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쉬었다 가는 소리’나 ‘유랑’ 장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대목.
  하지만 유골함으로 대변된 ‘징용’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며 화제가 됐다.
  덧붙이는 한마디. ‘만세배 더늠전’은 이달에 임기를 마치는 조통달 창극단장의 마지막 작품이다. ‘소리열전’, ‘만세배 더늠전’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창극단을 떠나게 됐음을 축하드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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