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치명자산(승암산)은 ‘한국의 몽마르뜨’로 불린다.
  조선말기 천주교를 박해하던 시기에 가톨릭 신앙을 지키다가 목숨을 바친 순교자 일곱 분이 묻혀 있는 곳이다.
  특히 동정 부부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의 깊은 사랑은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강명선 현대무용단(총예술감독 강명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정부부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 공연 ‘백년의 조각들’을 올린다.
  공연 부제는 ‘치명자의 몽마르뜨’.
  지난해 전주한벽문화관 상주단체로 선정된 강명선 현대무용단은 창작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한벽루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역사적 공간과 여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조사했다.
  치명자산이란 이름이 붙게 된 천주교 순교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동정 부부의 사랑은 ‘치명자의 몽마르뜨’에 담겼다.
  “절대적인 하나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불태우기까지 깊은 믿음과 불같은 사랑, 확고한 사랑, 견고한 희망을 풀무질하며 마음을 다져갔던 그들의 진정한 영성은 우리 안에 고요하게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랑을 되돌려 주며 어두운 세상을 밝혀 주는 진정한 사랑의 빛이 되어주고 있다.”(강명선 총감독)
  작품은 모두 6장으로 구성돼 있다.
  눈물꽃(자욱한 안개 속에 떨어지는 영혼의 눈물)에서 시작해 가파른 돌산(나의 생애는 여전히 죽지 않아 어둠속에서 이득하다), 순결한 영혼들의 뜨거운 고독(사랑은 믿음살이의 혼불이었다), 유혹도 꽃이다(많은 유혹 속에서 피는 꽃이 사랑이다), 하늘을 사랑하는 아픔(가장 황홀한 아픔), 지명자들의 몽마르뜨(올라온 고된 나를 굳이 선택한 그대, 고된 만큼 아름다운 길)로 마무리됐다.
  작품 줄거리의 포인트는 절제된 사랑이다. 자극적인 현대인들의 사랑에 비추어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동정 부부의 거룩함을 보여 준다.
  “무한한 본능의 욕망을 비운 그 자리를 아무리 품어내도 마르지 않고 아무리 가슴에 안으려고 해도 다 않을 수 없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사무치게 그리운 오직 그 한사람만을 향한 마음으로 육체적인 본능을 절제할 수 있었다.”(강명선 총감독)
  김영수 헨리코 신부는 “현대무용의 매무새로 치명자산의 순교자들이 다시 우리들 마음속에서 살아난다”며 “동정부부의 ‘참된 삶에 이르는 죽음’이 예술혼으로 피어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출은 김영진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가, 안무는 강소영(2018 전주시 예술상), 조안무는 한솔·김수지가 맡았다. 지도 고현정·노우리가 참여했다. 양수지 시낭송가가 해설을 더한다. 전북관광문화재단 2019 상주단체 선정작품이다.
  공연은 18일 오후 7시 30분과 19일 오후 6시 두차례 전주한벽문화관 한벽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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