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이 지난해 10월 도내 동‧읍 지역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이들이 먼 곳을 오가야 하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교육청은 올해 7월 해당지역별 공청회를 가졌다. 정읍 6교, 김제 5교, 익산 2교, 고창 2교, 부안 3교 등 5개 시군 18교 대상으로 전환 연구결과와 찬반 입장을 나눴다.

설명회 뒤 8월 말과 9월 초 학교 구성원들에게 남녀공학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5개 시군 중 설문을 마친 곳은 고창 1군데(25일 기준)다. 내후년인 2021년, 해당 지역 남중 혹은 여중이 남녀공학으로 바뀔 수 있는지 되묻는 목소리가 높은 건 이 때문.

전라일보에선 5개 지역 실태를 살피고 과제를 나눈다. 모두 2회다.

 

전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이 일부 사립학교 반대로 난항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학교 구성원 사이 의견이 혼재함에도, 몇몇 사립학교의 비공학 의지가 전환을 늦추는 결정적 요인이란 것.

설문조사 대상인 초 4~6학년과 중1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은 여건, 성별, 학년, 교육관, 지역특성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찬성하거나 반대했다.

고창 지역 한 학부모는 “천차만별이다. 가령 여학생 학부모 가운데 딸의 성 문제나 이성교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남학생 부모 일부는 아들이 여학생들의 좋은 점을 배우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직원도 공사립을 떠나 다 다르다. 여학생끼리만 생활하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남녀공학이 익숙한 초등학생과 동성끼리 생활하는 중학생 간 차이도 있다”며 “남중 1곳, 여중 1곳이라 추첨하지 않고 배정하는 곳이라면 전환 뒤 배정방식에 따라 학교주체들 입장이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사립학교 몇 곳은 전환 여부를 정하는 설문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현 체제로 가길 원한다.

정읍 지역 한 사학 교장은 “설문 시 50% 이상이 찬성하면 전환한다는데 49대 51이면 의미가 있나. 6, 70%는 돼야 한다”며 “중 2,3학년도 참여했으면 한다. 이들이 전환 대상은 아니나 공학(초등)과 비공학 모두 경험했으니 초등학생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거다. 우리 지역 학교는 교육청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설문에 참여한다”고 제시했다.

교장은 “설립자가 여중, 남중을 고수한 이유가 있다. 전환은 이를 깡그리 무시하는 일이다. 중학교만 공학일 시 같은 법인 여고나 남고 학생들과 체육관을 같이 쓰면 불편할 거다”라며 “학교급별 시설을 따로 마련하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안 한다고 하면 (교육청서) 돈으로 밀어붙이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좁은 지역사회, 학교 의사가 분명하다보니 학부모들이 찬성하기도 곤란한 분위기다. 부안 지역 한 학부모는 “부안 사립학교들이 공학을 반대하는 걸로 안다. 우리가 지지해도 그 학교 졸업하고 선생님들도 그대로다보니 나설 수 없다. 학교 출신 아니라도 건너건너 다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학이 전환을 반대하는 밑바탕에는 남녀공학이 될 경우 학생 모집이 어려울 거란 불안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학부모는 “남녀공학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공립에 보내고 싶어서다. 사립은 우리 때 교사들이 2,30년이 흐른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친다. 너무 뿌리내린 거 같아 아쉽다”며 “문제가 불거진 특정학교 교사들 몇몇은 여전히 근무하지 않나. 공립은 젊은 교사도 많고 정기적으로 바뀌니까 좀 다를 것”이라고 털어놨다.

덧붙여 “전환 뒤 학생들이 공립중을 선호할 수 있지만 사립중도 정원을 채울 거다. 그러나 남녀공학에서 동일법인 남고나 여고를 지원(학생이 학교로 지원하는 비평준화 일반고에 해당)하는 수는 당연히 줄 거다”라며 “어떤 중학교에선 같은 법인 고교를 택하지 않은 이들을 거듭 설득한다더라”라고 했다.

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이 나설 때지만 안일하게 대처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설문조사를 마무리한 고창의 전환 여부도 미정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별 결정은 설문조사 토대로 해당 교육장이 한다. 고창 교육장이 사립학교 교장들과 다시 얘기하고 곧 확정할 것”이라며 “4개 시군도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사립 자율성이 있고 함께 가는 게 중요한 만큼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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