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팀장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빵은 뗄 수 없는 식품이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으로 해결하고, 출출할 때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을 찾는다. 기념일에는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8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빵 섭취는 약 90개라고 한다. 하루 약 20.9g의 빵류를 섭취하며 1년이면 약 7.6kg에 달한다.
빵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밀이다. 밀은 벼,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 중 하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품목별 식량 자급률은 쌀 103.4%, 옥수수 3.3%, 밀 1.7%로 밀 자급률이 가장 낮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밀 재배면적은 약 97,000ha에 달했다. 분식장려 정책으로 밀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82년 밀 수입 자유화가 시작됐고, 1984년에는 국산 밀 수매제도가 폐지됐다. 1991년에는 국내 유일의 맥류 연구기관이었던 맥류연구소도 문을 닫게 됐다.
사라져가는 우리 밀을 살리기 위해 1990년대 초반 농업인과 소비자 주도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설립됐다. 계약 재배를 통한 밀 생산이 이뤄졌고, 다양한 소비촉진 운동이 시작되는 등 우리 밀 자급률 향상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그 결과 2011년에는 밀 재배 면적이 약 13,044ha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우리 밀 재고량 증가와 소비둔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파종해 올해 거둬들인 밀 재배면적은 3,736ha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고 우리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한 노력을 쏟지 않으면 2020년에는 우리 밀 자급률이 1.0% 이하로 떨어져 생산 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8월 밀 산업의 성장을 위한 ‘밀 산업 육성법’이 제정되어 내년 2월 말부터 시행된다. 이를 계기로 밀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국산 밀 품질제고는 물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국산 밀 제품사용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밀 산업 육성 기반조성 및 활성화 촉진을 위해 5년마다 ‘밀 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육성도 진행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9월 국립식량과학원에 ‘밀 연구팀’을 신설하고 국내 밀 산업 육성에 일조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는 밀 품종 ‘오프리’와 검붉은색을 띄는 유색 밀 품종 ‘아리흑’ 의 개발을 계기로 고품질의 기능성 밀 연구와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개발된 국산 밀 신품종을 현장으로 확산하기 위해 생산단지 조성과 안정적인 재배를 위한 기술보급에 나서고 있으며 국산 밀의 판로확보와 소비 촉진을 위해 빵, 과자 등 가공제품에 국산 원료 사용을 할 수 있도록 관련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한국제과기능장협회와 공동으로 ‘우리 농산물 이용 아이디어 가공제품 공모전’을 개최해 우리 밀은 물론 맥류, 잡곡을 이용한 창의적인 먹거리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밀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밀을 가공하고 제품을 만드는 대형업체에서 수입 밀 사용 비중을 줄이고 우리 밀 사용을 늘린다면 밀 생산과 소비가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수입 밀과 국산 밀의 차이점에 대해 인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식품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과 적극적인 국산 밀 소비에 나서는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밀을 살리기 위해 뜻을 함께 했던 그 때의 사회적 공감대가 다시 한 번 형성되길 바라본다. 제2의 주곡이 된 밀을 포함해 우리가 먹는 식량은 ‘신토불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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