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전북학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지난 1월 10일 금요일에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했다. 국립박물관의 건립은 익산시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한 발 더 나가 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필자는 부푼 기대를 안고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들과 함께 국립익산박물관에 다녀왔다.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입구에서부터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고, 관람객의 발걸음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끊이지 않았다. 가족 단위, 모임, 커플, 외국인 등 다양한 관람객은 남녀노소와 국적을 가리지 않으며 대성황을 이루었다.
  미륵사지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공간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였다. 미륵사지와 제석사지 등 백제의 왕실 사원(寺院), 무왕의 야심이 담긴 왕궁리 유적, 최근 발굴을 통해 왕릉급으로 높아진 위상을 자랑하는 쌍릉 등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완연하게 무르익은 백제의 문화를 부각한 것이다. 특히, 공주와 부여 등과 다른 익산을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백제’를 보여주었고,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한 새만금의 해상 교통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하며 우리 지역만의 고유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전시실은 최근의 전시 트렌드에 발맞추어 효율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미륵사지의 복원 모형을 전시하고, 미륵사지 석탑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 익산 쌍릉 대왕릉에서 직접 떼어 온 나무관 등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홀로그램과 빔프로젝터를 접목한 영상 전시, 터치스크린 활용 등 각종 첨단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고고학 유적 혹은 유물을 설명한다는 특수성도 참작해야 하지만, 관련 유물 안내판의 설명이 어렵게 쓰여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온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화재 안내판을 평이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한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접하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은 차후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익산박물관의 개관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박물관은 비단 고도(古都) 익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존·전시·교육하는 곳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비전처럼 ‘지역과 함께하는 새로운 박물관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중심 기관이 될 것이다. 이처럼 국립익산박물관은 백제의 왕도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의 서북부 지역의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지역 주민과 공유하고, 전국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리라 보인다. 그렇다면 이곳은 자연스럽게 전북인의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정체성을 함양하는 촉매제로 기능할 것이다.
  개인의 정체성은 지역의 정체성과 긴밀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은 결국 지역 주민의 인식 및 참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주민이 박물관을 자주 관람하고 행사에 참여하거나 박물관에서 그 상징적 의미를 홍보하는 행위 등은 지역 주민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익산사람, 더 나아가 전라북도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데 국립익산박물관의 개관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국립익산박물관은 이러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주민 친화적 프로그램을 더 개발하고, 익산시를 비롯한 지자체 및 지역 주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라북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관광산업의 랜드마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익산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도립전시관에서 국립으로 승격된 사례이다.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박물관의 건립을 둘러싸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난관을 극복하고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어쩌면 우리 지역의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일 수도 있다. 또한, 한국사에서 전북이 가지는 위상을 잘 보여주고, 도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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