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회의 모습.
  올해로 24번째를 맞는 전주한지문화축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와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가 축제 명칭 변경과 함께 성격을 바꿀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지축제에 깊숙이 관여했던 도내 한지공예인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전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한지문화축제’는 ‘한지산업대전’으로 명칭이 바뀐다.
  지난해 전주시의회가 한지축제의 명칭과 성격 변경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올해 예산을 ‘한지산업대전’ 명목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주시 설명이다.
  그동안 체험부스 등을 통해 시민들이 즐겼던 ‘축제성’을 뒤로 하고 한지관련 업체의 ‘산업화’에 방점을 찍는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의회에서 20여년 지속됐던 한지축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그 결과 ‘한지산업대전’으로 바꾸는 조건으로 예산을 배정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명칭 변경과 관련해서는 24년 역사를 가진 ‘전주한지문화축제’를 없애는데 반대하는 의견을 수렴해 ‘한지산업대전’과 병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개최 시기도 9월로 연기한다.
  박람회 형식으로 진행될 한지산업대전에 참여하는 업체나 공예가 등이 작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통해 전국 업체에 홍보하려면 5월 개최는 너무 촉박하다는 게 전주시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지산업대전만 상품 개발 등 준비기간을 고려해 9월로 결정됐을 뿐 한지공예대전과 전주한지패션디자인경진대회 시기는 논의 중이다. 다만 한지공예대전의 경우 5월에 개최하더라도 전시와 시상식은 9월에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조직위원들로부터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조직위원회 회의에 참가했던 A조직위원은 “사전에 안건에 대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명칭 변경과 9월 개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사실상 통보라는 느낌을 받았다. 24년을 맞아 전통과 역사가 살아있는 전주한지문화축제에서 ‘전주’라는 이름이 빠지는 ‘한지산업대전’으로 명칭 변경과 개최 시기 같은 중요한 사항을 사전 조율도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조직위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B 조직위원도 “당시 참석했던 대부분의 위원들은 9월 개최를 반대했다. 처음하는 한지산업대전인데 준비 기간이 조금 더 길다고 반드시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에는 산업화라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C조직위원은 “한지공예대전은 개최 시기도 그 자체가 역사다. 매년 5월에 열리는 한지공예대전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지금쯤 공모 절차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9월 개최에 반대했다.
  또 최경은 전주한지패션협회 회장도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이 10월에 한지섬유 패션디자인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5월에 열리는 전주한지패션디자인경진대회를 피하기 위해서다. 패션경진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개최 시기를 관련 기관에서 조율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9월 개최에 대해 회원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태 조직위원장은 “9월에 한지산업대전을 여는 것은 확정적이다. 이달 안으로 조직위원회를 열어 공예대전과 패션경진대회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지문화축제는 역사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잡음만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한지산업대전으로 내용을 바꾸게 됐다. 올해는 축제(산업대전) 사무국도 전당 직원들 중심으로 운영한다. 사무국 직원들이 다 (축제)전문가들이다. 전당 직원인 만큼 비용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책임의식을 갖고 반드시 한지산업대전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지산업대전’ 집행위원장은 최용관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예팀장이 맡는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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