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면서 기존 자동차 업계가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IT, 인공지능, 공유경제에서 블록체인, 모빌리티 서비스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인의 출발 지점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방식들이 변하고 있다. 이동수단을 소유하지 않고도 네트워크 또는 빅데이터 서비스만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하는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모빌리티(Mobility)’란 전통적인 교통수단에 IT를 융합해 효율과 편의성을 높인 교통수단을 뜻하며, 궁극적으로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자동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도 여기에 해당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역시 모빌리티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 달러(약 33조원)에서 2030년 1조 5000억 달러(약 1,700조원)로 5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시장 재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도 큰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역량 확보 등에 총 61조1천억 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5%대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CES 2020에서는 개인 이동수단(PAV·Personal Air Vehicle)인 플라잉카를 소개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업체’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현대차의 궁극적인 목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고 편안한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라는 부가 설명도 있었다.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으로 영역의 확대와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최근 굴지의 국내 항공사를 인수한 회사의 회장은 ‘항공분야뿐만 아니라 모빌리티(교통·운송)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겠다’라는 발전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그리고 모빌리티는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별 통행 시간, 목적, 경로를 분석·진단하여 통행 형태에 따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모빌리티 산업은 일상생활, 문화, 모든 산업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으로 변혁을 몰고 올 것이다. 차량공유는 시작에 불과하다. 많은 기업들이 모빌리티 산업시장 확보의 골든타임에 융복합 R&D부터 제휴, 지분 투자 및 전략적 M&A까지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전라북도에도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새바람이 불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에 적합한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자동차산업 혁신의 첫걸음을 내 딛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기차는 명신과 중소기업 컨소시엄의 새만금 투자로 전기차클러스터 조성이라는 씨앗을 뿌렸고, 국가예산 확보를 통한 정부의 투자로 플랫폼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친환경 전기특장차사업도 시작한다. 자율주행차는 올해 새만금에 테스트베드 조성의 첫 삽을 뜬다. 수소차의 경우에도 수소의 생산-운송-저장-활용이라는 전주기 마련을 위한 단계별 투자도 서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은 더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해당분야에 꼭 필요한 ‘좋은 기업의 투자 유치와 국가예산 확보’라는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서비스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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