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는 꽃피는 봄이 왔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이상화 시인의 시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 조국광복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대구출신의 시인의 모습에서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중인 대구시민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라는 말처럼 코로나19 또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력 있는 민족이기에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본다.

우리 소방조직 또한 국가직으로 전환되기까지 많은 좌절과 아픔을 맛보았던 조직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죽했으면 동료가 사고현장에서 순직해서 희생을 치러야만 처우가 개선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여건이 열악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변변한 장비도 없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재난현장을 누볐던 선배들의 값비싼 희생이 있었기에, 드디어 모두가 염원하던 2020년 4월 1일 국가직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4월 1일부터 소방관이 국가직 공무원으로 바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소방관(5만6647명)의 98.8%인 지방직 5만5964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소방인력 및 장비의 지역 간 편차라는 고질적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그동안 소방관이 지방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지방재정 형편에 따라 상당수 지역은 소방관 부족 및 열악한 장비 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인건비 및 장비 구입비 등을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집행하게 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능력 격차와 무관하게 소방관을 임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방은 업무 특성상 해마다 순직 및 공상자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최근 5년간 순직자는 연 평균 4명 공상자는 496명 이었다.

국가직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는 월급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도, 국가직이 더 고위직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인력이나 장비가 지자체의 예산이나 지원에 따라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현장에 보급돼 적용한다면 이런 공상자 수치도 상당히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소방관련 시설과 장비를 확충하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를 구비해 소방서비스를 큰 대도시나 작은 시골마을까지 소방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편차 없이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 전라북도 내 모든 소방서와 119안전센터의 구급대 편성 인원이 2인에서 3인으로, 지역대도 2인에서 3인으로 확대 편성되고 있다. 3인 구급대 편성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구급출동의 청신호가 된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심정지 환자의 구급 출동이 발생한 경우 일찍이 3인 구급대를 편성한 서울의 심정지 환자 생존률은 2인 지역대가 대부분인 지역의 생존율보다 크게 2배 이상 높다.

실제로 2017년 심폐소생술의 생존율은 서울이 12.7%, 전북은 6.5%로 전국 평균 8.7%보다 낮은 수치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도시보다 읍, 면과 같은 시골이 대부분인 전라북도의 119지역대 인원을 2인에서 3인으로 확대함으로써 시골마을의 주민들까지 질 좋은 소방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20년은 소방공무원이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되는 원년이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그동안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위해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국민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소방공무원 모두는 365일 ‘119’를 부르면 구조 될 수 있다는 믿음에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국민들께 소방이 두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우리 민족은 국난극복을 취미로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극복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우리 모든 소방공무원도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정범 무진장소방서 장수119안전센터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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