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세 부터 재미있다는데

오피니언l승인2020.03.25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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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숙 국민연금공단
 
 
“요즘 뭐 하길래 그렇게 바쁜가?” “시험공부 하고 있어.” “은퇴를 앞둔 마당에 뭔 시험을 보려고?” “은퇴하면 먹고 살 일이 있어야 될 거 아냐?”
 친구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기획서 작성하는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전기나 기계를 다루는 데 취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사자격증 따기가 쉽지 않다는데 기억력이 떨어져가는 나이에 그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겠다니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은퇴를 앞두거나 퇴직한 직원 몇 명이 ‘손해평가사’ 시험을 도전을 했다. 은퇴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제2의 직업을 갖기 위해 새롭게 도전을 한다. 평소 하던 일을 퇴직 후에도 하는 것이 은퇴자의 로망이지만, 사무직으로 평생을 지낸 사람들은 은퇴 후 마땅한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이제 2년 뒤 은퇴를 한다. 퇴직 후 가정주부 엄마역할 자식역할을 제대로 하기로 정했다. 대부분의 직장여성들은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하느라 무거운 부담을 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친정엄마의 헌신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 가사 일에는 아주 젬병이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던 엄마의 병세가 최근 급격히 악화되었다. 지금은 혼자서 거동을 못하시고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엄마가 전담했던 가사일이 갑자기 내 몫이 되었고 엄마를 간병해야 하는 일까지 추가되었다. 아이들은 다 자라서 돌볼 일은 없어졌으나 가사일이 초보자인 나에게 집안일과 간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엄마의 간병으로 인해 나의 노후준비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한 와카미야 마사코라는 일본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이다.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다 60세에 퇴직을 했다. 그녀는 정년퇴직 후 어머니 돌보기와 수다 떨기, 두 가지를 하면서 사는 은퇴생활을 했다. 어머니를 돌보느라 이동이 용이하지 않아 인터넷으로 친구를 사귀고 컴퓨터를 익혀 마침내는 간단한 시니어용 게임까지 개발하게 되었다. 그녀는 ‘마짱’이라고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의 팀 쿡 CEO로부터 행사 초대를 받고 세계 곳곳에 팬들이 생겼다고 한다.
 은퇴 후를 고민하던 나에게 ‘마짱’의 사례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엄마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봤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국민연금공단에서 진행하는 ‘작가탄생 프로젝트’에 참여해 책 쓰기를 경험해보았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어려운 것이 글쓰기지만 그저 ‘재미있게 소소한 내 주변의 이야기를 써보자.’ 하고 시작하니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확신이 생겼다. 그동안 읽었던 책의 리뷰를 블로그에 써서 올리곤 했었는데 그 글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해보니 보람도 있고 글쓰기에 더욱 취미가 붙었다.
 요즘 나는 엄마를 간병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는 글쓰기로 모조리 풀어낸다. 신기하게도 엄마를 자세히 관찰하며 기록을 하고 내 가슴에 쌓였던 감정을 글로 정리하다보면 평정심이 생긴다. 엄마의 얼토당토 않는 행동이 이해되기도 한다. 올해 엄마는 팔순이 되었다. 그동안 썼던 엄마이야기들을 모아 소장용으로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엄마를 아는 친척들과 80년 엄마인생의 궤적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며칠 전 대구에 사는 엄마 외사촌에게 보내드렸더니 글을 읽다가 몇 번이나 울었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에게 작은 것이라도 해드린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
 생활 글은 모든 삶이 소재가 된다. 살빼기를 하면서도 다이어트 기록이 글이 되고, 집안 살림, 음식 만들기도 글로 써놓고 보면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짜증이 사라진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친구도 만들어진다. 국민연금 작가탄생 프로젝트에서 만난 작가들과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활동도 한다. 엄마 간병과 집안돌보기라는 은퇴계획에서 출발한 소소한 작업들이 나에게 두 권의 책을 안겨주었고 많은 글쓰기 친구들도 만나게 해주었다. ‘마짱’은 말한다. 인생은 역시 60세부터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재미있어진답니다. 그녀의 조언대로 나는 점점 더 재미있어질 60세 이후를 기대하며 책읽기와 글쓰기로 만들어나갈 은퇴생활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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