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시력을 잃은 A씨(77)는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매번 선거철 집으로 도착하는 공보물은 A씨에게 익숙하지 않은 점자로만 발송돼서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점자까지 읽을 수 없는 A씨는 선거가 있을 때면 주변 지인을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나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점자를 배운 적이 없다보니 어떤 내용인지 읽을 수 없어 갑갑했다. 누구에게 읽어달라고 하고 싶어도 누가 이 긴 내용을 다 읽어주겠느냐”고 말했다.

4.15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점자를 익히지 못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은 후천적 원인에 의한 것이어서 점자 익히기가 장애 점을 감안하면, 점자 익히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모두 1만 1402명이다. 이중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면서 손끝의 감각이 무뎌지는 등의 문제로 점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4급 시력장애를 가진 시각 장애인 중 86%가 점자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업에 참여하며 능숙하게 점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시각장애인도 존재하지만, 서투르게 읽을 수 있는데 그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선거 공보물 제작에 대해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 삽입병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상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 삽입은 의무가 아니다.

음성변환 2차원 바코드란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인식하면 입력된 음성 정보를 출력해 읽을 수 있는 바코드를 의미한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실제 도내 4·15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 46명이 발송한 공보물 중 점자에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들도 접할 수 있는 ‘보이스 아이 코드’로 제작된 공보물은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13개로, 그나마도 점자 공보물의 대체재로 제출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북시각장애인 연합회 전주지회장은 “누구나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니만큼 시각장애인들도 보다 여러 가지 경로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수현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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