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가 유럽 문화재 보존복원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한지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지류 전문기관으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음에 따라 세계적인 복원용지로 나아가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전주한지가 유럽 문화재 보전·복원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로부터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인증된 전주한지는 최성일 정주한지장이 만든 것으로 SH4 평량 35g/㎡, SH5 평량 45g/㎡ 등 2종이다

이 원단은 전주산 닥 원료와 황촉규(닥풀) 뿌리 점액 등 전통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최 전주한지장은 한지의 섬유 구성 및 방향성, 이물질 함량, 두께, 산도(PH) 등 ICRCPAL의 보존복원용지 품질 기준을 고려해 제작했으며, 지난 3월 주 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을 통해 ICRCPAL에 보내져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됐다.

ICRCPAL은 이번 인증서를 통해 “한지 SH4와 SH5는 화학적, 생물학적, 물리적, 기타 기술적인 기준에서 모두 일치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신뢰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내구성과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가지므로 보존과 복원 분야에 사용이 적합하다”는 내용을 전했다.

시는 이번 인증이 이탈리아 문화재 보존복원 분야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화지(和紙)를 전주한지로 대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이탈리아 바티칸, 영국 대영, 프랑스 루브르 등 유럽3대 박물관의 예술품과 미술품, 고서 같은 문화재 보존·복원 시장의 판로 확대를 활발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전주한지가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을 넘어 세계 문화재 보존·복원분야의 동력을 키움으로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전주한지는 그간 강도, 치수안정성, 상대적 투명도에서 굉장히 섬세해 문화재 보존·복원에 적합하다고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시는 이 같은 한지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산업화, 세계화하기 위해 ▲재외공관 한스타일 공간연출사업 ▲전주산 닥나무 수매사업 ▲전통한지 생산시설 조성사업 ▲전통한지 아카이브 구축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한지는 기록문화의 정수임과 동시에 신산업으로 성장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소재”라며 “프랑스 루브르와 바티칸에 이어 이탈리아 ICRCPAL로부터 인증받은 쾌거를 바탕으로 세계문화유산 복원은 물론 한지 자체와 한지복합소재 산업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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