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행정을

오피니언l승인2020.09.22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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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 전북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우리 집은 아파트의 맨 윗 층인데다 전주시의 가장 큰 허파인 '건지산' 바로 옆에 위치하여 집에서 5분이면 산꼭대기에 다다른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철 따라 숲이 주는 아름다움과 신선함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건지산 속의 숲길로 병원까지 출퇴근을 한다. 물론 자동차의 매연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을 줄이는 역할도 미약하나마 하고 있다. 걷다 보면 병원 옆의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데 날씨가 좋은 날은 수십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몰려들고, 때로는 고성방가로 시끄러울 때도 있긴 하다. 최근에 편백나무 숲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시에서 나무로 만든 통행로인 데크를 한 쪽에 만들어 놓았는데 좁은 데크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기를 싫어해 서 그런지 데크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이 있을 것을 대비한다면 현재의 양방향 직선형 보다는 사각형, 일방통행 형으로 만들면 건지산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주변을 즐기면서 병원으로 가다 보면 몇 년 전만 해도 소수의 사람들만 만나곤 했는데 이제는 멀리 있는 시민들도 이곳을 찾아 꽤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곤 한다. 시끄러운 핸드폰 음악소리, 통화하는 소리, 산악자전거가 닦아오는 소리 등이 조용함을 즐기는 나를 괴롭힌다. 병원에 가까이 도착하면 향기가 아름다운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단점이라면 산속의 숲길이 병원까지 쭉 연결이 되면 좋은데 불행히도 중간에 체육시설이 위치를 하고 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편도 2차선 차도가 가로 지른다. 신호등을 설치해 놓은 것을 보면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신호등은 멈춘 지 아주 오래 되었다. 그 횡단보도를 지나야 하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리고 차량도 지속적으로 연달아 오므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10초의 시간을 포착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내의 자량통행속도가 50-60 km(시간당)이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무례한 운전자들이 보행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80 km는 또는 그 이상으로 달리고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불안감은 최고에 달하게 된다. 손을 들어도 무시하고 마치 받으려는 거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오니 보행자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급히 뛰어 야만 사고에서 겨우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횡단보도가 있는 곳은 커브가 되어 있어 시야확보가 되지 않아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는데도 어느새 쏜살같이 달리는 차량이 순간 내 옆에까지 달려와 있어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아찔한 상황을 느끼기 일쑤다. 날이 가면서 보행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고, 잊지 않을 정도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횡단보도에 쓰러진 사람의 위치를 표시하는 그림이 있어 전주시의 해당 부서에 몇 번 민원전화를 했으나 교통량평가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며, 전에도 똑 같은 내용으로 평가를 의뢰했는데 보행자의 수가 많지 않아 신호등을 작동할 수 없다는 명색아래 시민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는 생명을 잃든지 아니면 장애자가 되는 불행을 맞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사고가 나면 그로 인한 본인과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사고로 인한 장애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결국은 사회적인 간접비용이 들게 되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국가의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통계청의 2018년 보고에서 전주시의 교통사고건수는 매월 평균 532건, 이로 인한 부상자는 803명, 사망자는 19명 이상 발생했다. 작은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의 해당부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그 사이에 애꿎은 보행자만 다쳐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그 곳을 지나가다 보니 횡단보도에 5-6명의 시민들이 종이박스에 횡단보도에서 일단정지를 해서 교통사고를 예방하지는 피켓을 들고 마구 달리는 운전자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운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해 달리고 있었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훌륭하신 전주시나 전라북도의 행정가들의 지혜가 왜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할까? 본인들에게 필요할 때는 무엇이든 해 줄 것 같이 약속을 하지만 결정의 시간이 끝나면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회귀본능에 익숙한 관계자들을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까? 운전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신나게 달리고 있지만, 역으로 그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생명을 위협받으면서 건너야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우리의 생명을 지켜 달라고, 또 행복한 도시의 시민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런 지도자들에게 투표를 하면서 이번에는 잘 고쳐지겠지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변하는 것이 없으니 참 답답할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손실과 그로 인한 슬픔은 본인이나 가족 외에 누구도 진심으로 알 수 없다. 시민이 가지고 있는 표보다는 작지만 시민의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려고 하는 지도자가 나와 아름다운 전주와 그 시민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보행자와 그 가족의 안전과, 운전자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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